“소아의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행동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정신의학적’ 문제로 오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아이들의 경우 학교 수업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게 첫 증상일 수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인 아이들의 경우도 안절부절못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서 ADHD로 오해하기도 하죠. 소아청소년 시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방치할 경우 성조숙증이나 성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예나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난 1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아의 갑상선 이상과 관련해 성인과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갑상선은 목의 가운데 위치한 인체에서 가장 큰 내분비선이다.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갑상선 호르몬은 △체온 유지 △신체 대사의 균형 유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신진대사 조절 △근육과 신경의 활동 조절 △성기능 및 에너지 생산 조절 △혈류량 및 체내 산소활동 통제 등 에너지 생성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거나(항진증) 부족하면(저하증) 신체기능과 대사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갑상선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아 기초 대사량이 많아져 음식을 많이 먹어도 체중이 감소하고, 안절부절못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을 보입니다. 반대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한 만큼 기초대사량이 적어 몸이 붓거나 많이 먹지 않아도 체중이 늘어납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뉜다. 선천성의 경우에는 출생 후 한 달 이내에 발견된다. 국내에서는 모든 신생아에 대해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증상이 생기기 전에도 발견돼 치료된다.
후천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70∼85%)은 자가면역질환인 하시모토갑상선염(자가면역성갑상선염). 갑상선에 대한 자가면역항체로 갑상선에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소아청소년기 후천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경우 소아기 후반부터 청소년기 동안 주로 나타나는데, 진행이 느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특이한 표시가 없어 발견이 어렵다. 대체로 잦은 피로감 호소, 집중력 저하, 체중 증가 등을 호소하지만 단순한 행동장애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방치되기 쉽다.
갑상선 호르몬은 피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진단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경우 갑상선 호르몬(T4 또는 T3)의 농도가 정상보다 낮게 측정되고,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은 높게 측정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단되면 부족한 갑상선을 보충해 주는 약을 먹게 된다.
소아 시기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는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키가 중간이었던 아이가 반에서 점점 앞쪽으로 가거나 1년에 4㎝ 미만으로 성장한다면 이를 의심하고 호르몬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경우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지 않아도 갑상선 호르몬 보충제 복용만으로도 그동안 ‘눌렸던’ 성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소위 ‘따라잡기’가 나타난다.
불과 15∼20년 전만 해도 저성장의 원인을 모른 채 아이를 방치했다가 갑상선 문제임을 확인하는 사례도 왕왕 있었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성장이나 비만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면서 이런 사례는 많이 사라지긴 했다”면서도 “오랜 기간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치료되지 않고 방치되면 추후에 따라잡기 성장을 하더라도 원래 키 잠재력만큼 다 못 클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늦게 발견돼 사춘기 직전이나 이후 치료가 시작되면 키 손실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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