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의 ‘호화 출장’ 사안을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금융범죄수사대는 일선 경찰이 맡기 어렵거나 복잡한 주요 사건과 경제·금융 사건을 수사하는 전담 조직이다. 그동안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사내·외 이사 등 16명을 업무상 배임 또는 배임수재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해 왔다. 금융범죄수사대가 직접 수사한다는 건 이번 사안이 그리 간단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후임 회장 인선이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과 맞물려 재계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포스코 측은 지난해 8월 6∼12일 캐나다에서 개최한 이사회가 정상적 경영 활동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해외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매년 한 차례 해외 현장에서 이사회를 열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정이나 비용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밴쿠버 시내의 한 미슐랭급 중국식당 2242만원, 해산물식당 2460만원 등 식비로만 총 1억여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전세 헬기 50분 이용에 1억6960만원, 2차례 골프 비용으로 985만원을 썼으니 곱게 보긴 어렵다. 총 출장비 6억8000만원 중 절반은 자회사 2곳이 부담했다고 한다.
출장 당시 포스코 안팎에서는 최 회장의 3연임 도전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캐나다 출장 명단에 오른 16명 중 사외이사 7명은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이 될 예정이었으니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2018년 7월부터 포스코 회장을 맡아 온 현직 프리미엄에 사외이사들과 친분마저 있으니 어느 경쟁자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셀프 연임’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게 당연하다. 이달 초 최 회장이 3연임을 포기해 후보 명단에서 제외되지 않았더라면 포스코 회장 인선의 공정성에 누구라도 의구심을 제기했을 것이다.
포스코뿐 아니라 KT, KT&G 등처럼 공기업 민영화로 주인이 없는 회사에선 CEO 선임을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회장이나 사장으로 한 번 선임되면 굳건한 측근 세력을 구축해 연임에 3연임, 4연임 기록 경쟁이나 벌이기 일쑤다. 비판 여론에 마지못해 연임을 포기하더라도 측근을 후계자로 내세워 ‘상왕’ 노릇을 하며 기업을 쥐락펴락하려고 한다. 언제까지 이런 행태를 그냥 두고 봐야 한단 말인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고 CEO의 연임만 인정하고 3연임 이상을 원천 금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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