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절차 복잡해 일반인 ‘부담’
당사자가 소장 수령 안하면 기각
위장전입 등 비양심 꼼수 수두룩
아이 성인되면 소송 자체를 못해
“양육자만 고통… 실효 법안 시급”
하루 13시간씩 일하던 이소은(51)씨를 멈춰 세운 건 딸의 부탁이었다. 남편과 이혼한 후로 소은씨는 ‘스리잡’을 뛰며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식당에서 설거지와 서빙을 했고, 오후 4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야간 재택 상담 일을 했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물류센터에 나갔다. 두 아이와 자신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소은씨였다. 딸의 간절한 부탁을 듣고서야 소은씨는 “아이들을 잘 키우려고 일을 한 건데, 정작 아이와 함께 대화할 시간도 갖지 못했구나”라고 후회했다.
2020년 이혼 당시 법원은 비양육자에게 월 15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은씨의 전 남편이 실제 양육비를 보낸 건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소은씨는 “양육비를 받기 위해 나라에서 시키는 건 다 했다”면서 “돈과 시간을 들여 죽어라 붙들고 매달려도 소송만 하고 돈은 못 받았다”고 한탄했다. 아이들의 아빠는 이행명령 소송으로 밀린 양육비 3000만원 중 1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뒤에도 돈을 주지 않았다.
양육비 미지급이 당사자에게 ‘불행의 굴레’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여전히 한부모가족 10명 중 7명은 양육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양육자가 아이 밥을 굶기면 아동학대가 되는 것처럼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아동학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21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과 가사소송법 등에 따르면 양육비 채권자는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경우 이행명령 소송과 감치명령 소송을 할 수 있다. 감치명령이 결정됐는데도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운전면허 정지 △명단공개 △출국금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1년이 지나도 이행하지 않는다면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형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문제는 형사재판까지 기본 4∼5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도윤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부대표는 “양육비 이행명령부터 감치명령, 형사소송까지 평균 4년 정도를 허송세월 한다”고 지적했다. 양육자들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양육비를 받지 못한 채 홀로 생활비를 감당한다. 비양육자가 소장을 직접 수령하지 않을 경우 자동 기각되는데, 이를 노린 이들이 위장전입하는 등 방식으로 수령을 거부하기 부지기수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성인이 되면 양육비 청구 소송 자체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
복잡한 절차 탓에 많은 양육자는 양육비를 받지 못해도 양육비 청구 소송을 진행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여성가족부가 2021년 한부모가족 33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72.1%)이 ‘양육비를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정부는 2015년 양육비 이행을 돕기 위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설치했지만, 실제 이행률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양육비 이행이 확정된 건수 대비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실제 이행된 비율은 지난해 40.3%에 그쳤다.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씨는 “양육비 미지급자를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조치는 형사소송”이라면서 “양육비 이행 절차를 간소화해 감치명령 없이도 형사소송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감치명령 절차를 삭제해 형사소송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는 법안 등 양육비이행법 개정안 27건이 계류돼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안건 협의가 되지 않아 무산됐다. 향후 언제 열릴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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