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155㎜ 곡사포인 KH179를 개발한 경험을 토대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최신 자주포다. 1999년 서북도서에 처음 배치된 이후 현재까지 육군의 핵심 포병화기로 쓰이고 있다.
최대 40㎞ 떨어진 지상 표적을 파괴하는 장거리 타격력, 신속한 포탄 장전을 통한 급속 사격 능력을 갖춰 미국산 M109A2 자주포보다 3배 이상의 화력을 지닌 무기로 평가받는다. 2007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세계 유럽과 아시아에 수출된 것도 이같은 성능에 힘입은 바 크다.
첫 배치가 이뤄진 지 24년이 된 지금, K9은 또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더 강력한 위력을 지닌 포탄과 첨단 기술을 추가, 수십년간 세계 최고의 지위를 유지할 모양새다.
기술 발달로 육군 군단 작전반경이 대폭 확대되어 군단 포병 사거리를 늘릴 필요성이 커졌고, 이를 통해 유사시 내륙의 적군이 전선으로 이동하는 것을 저지해야 하는 상황도 자주포 성능 강화를 촉진하고 있다.
◆‘사거리 50㎞’ 돌파…北보다 위력 커
자주포가 위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사거리와 위력을 높인 포탄을 배치하는 것과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형 자주포를 만드는 방법이다.
대포의 타격력을 강화하는 방법 가운데 포탄 비행거리를 연장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인식된다. 세계 각국에서 사거리연장탄을 개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포탄 사거리가 늘어날수록 탄착지점이 넓어지고 정확도가 낮아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 비행거리를 연장하고자 탄두중량이 감소하면 파괴력이 줄어든다.
북한이 수도권 위협용으로 배치한 170㎜ 주체포가 최대사거리가 60㎞지만, 정확도와 파괴력 및 연속발사속도 등에서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미국은 사거리연장탄을 성공적으로 개발·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M982 엑스칼리버 155㎜ 포탄을 운용, M109 자주포 사거리를 최대 50㎞까지 늘렸다. 발사 후 위성항법체계(GPS)로 유도되어 정밀도도 매우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미국 등이 수천발을 지원, M777 곡사포를 비롯한 서방측 155㎜에서 사용되어 러시아군을 정밀타격했다.
한국도 사거리를 늘리면서 정확도를 유지하는 신형 포탄을 배치한다.
방위사업청은 6일 대전 ㈜풍산 연구원에서 155㎜ 사거리연장탄 체계개발 종료회의를 열었다.
이 사업은 K9·K55A1 자주포에서 쓰는 고폭탄의 사거리를 늘리는 신형 포탄을 만드는 것으로 2014년 개발이 결정됐다.
개발 착수 시점에선 2019년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일부 항목에서 기준에 못미치는 부분이 있어 지난해 8월 전투용 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같은해 12월 국방규격이 제정됐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거리연장탄은 자주포의 사양을 바꾸지 않고도 포격 범위를 넓히는 효과가 있다.
육군 자주포는 TNT가 실려있는 KM107, KM549A1, K307 포탄을 쓴다.
이 중에서 K307은 항력감소고폭탄(BB HE)으로 불리는데, 포탄이 날아갈 때 발생하는 항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거리를 연장한다. 이를 통해 K9은 최대사거리를 41㎞까지 늘렸다.
신형 사거리연장탄은 이보다 더 먼 곳까지 K9이 타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포탄을 쏘면 항력감소추진제가 먼저 연소하면서 포탄의 항력을 줄인다. 12초 후엔 로켓보조추진제가 연소해 포탄의 비행속도를 높인다. 이를 통해 사거리를 늘린다.
사거리연장탄을 사용하면 K9 자주포는 기존보다 사거리가 10㎞ 이상 늘어나며, K55A1은 K9과 유사한 수준으로 사거리를 확대할 수 있다.
이는 2020년대 이후 육군의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육군 군단·사단 작전반경이 확대되면서 포병도 기존보다 먼 거리에 있는 표적을 정밀타격할 필요성이 커졌다.
사거리를 대폭 연장한 K9A2 블록Ⅱ가 실전배치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사거리연장탄을 생산하면 현재보다 K9 사거리가 늘어나므로 유사시 포격 범위가 넓어진다.
K55A1도 현재의 K9과 비슷한 수준에서 포격을 할 수 있다. 그만큼 장거리 포격이 가능한 전력이 늘어나는 셈이다.
K9 수출을 더욱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포병은 사거리와 정밀도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 추세다.
신형 사거리연장탄을 K9과 함께 수출 시장에 제안하면, 잠재적 고객의 수요 충족에 도움이 된다. 기존 K9 구매국에도 사거리연장탄을 판매하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초장사정 자주포, 2030년대 등장한다
포탄을 새롭게 개발하는 것과 더불어 K9을 미래전에 맞게 혁신하는 작업도 추진중이다.
미국이 사거리가 70∼130㎞에 이르는 M1299 자주포를 만들었고, 러시아도 사거리 70㎞인 2S35 칼리챠-SV 자주포를 개발했다. 미래전을 위해선 초장사정 자주포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6월 제155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K9 2차 성능개량(Block Ⅰ) 체계개발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2023∼2027년까지 2조3600억원이 투입된다.
K9A2 BlockⅠ으로 불리는 개량 자주포는 타격능력 향상, 포탑자동화를 통한 운용인원 감소 등에 초점을 맞췄다. 기본적으론 2018년 등장했던 K9A1을 활용한 것으로, 크기는 큰 차이가 없다.
대신 발사속도가 분당 6발에서 8발 이상으로 빨라진다. 포탑에는 탄약 자동장전장치를 설치, 발사 준비를 한층 신속하게 할 수 있다.
자동화 기술이 적용되어 승무원은 3명으로 감소한다. 포신은 강선 및 크롬 도금을 새로 해서 수명을 1000발에서 1500발로 늘린다. 최대사거리는 54㎞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냉방장치를 탑재해 승무원들이 더위를 겪지 않아도 된다.
2030년대 등장할 K9A2 BlockⅡ는 K9 계열의 최종 개량형이다. 초장사정·초정밀 성능을 지닐 ‘괴물 자주포’에 가까운 무기다.
K9A2 BlockⅡ는 북한군 장사정포 위협에 공세적으로 대응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화력은 미국 M1299 자주포와 유사한 성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개발이 완료되면 화력 측면에서 세계 최강의 자주포가 될 수 있다.
포신은 기존의 52구경장에서 58구경장으로 길이가 늘어난다. 포신이 길면 포탄은 정확하게 멀리 날아간다.
하지만 포신이 휘어버릴 위험이 있다. 약실의 압력을 견뎌야 하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고강도 소재로 튼튼하게 포신을 제작해야 한다. K9A2 BlockⅡ는 이에 대한 기술을 국내에서 확보해 활용할 방침이다.
사거리는 70㎞까지 늘어나며, 최종적으론 100㎞를 넘어선다. 분당 발사속도는 10발 이상에 달한다.
포탄은 올해 생산될 신형 사거리연장탄보다 성능이 향상된 것과 더불어 램제트탄을 개발·운용할 예정이다. 램제트탄은 기존 포탄보다 사거리가 훨씬 늘어나는 것으로서, 국내에서 기술 개발이 진행중이다.
원격 주행기술을 적용해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운영한다. 자주포 1개 포대가 사격을 위해 이동할 때 승무원이 탑승한 1대를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무인 자주포가 따르면서 이동·사격준비를 할 수 있다.
고무궤도를 사용해 주행성능을 높이고, 궤도를 경량화하는 것도 적용된다.
2040년 이후에는 K9과는 별도의 차세대 자주포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K9이 우수하지만 1990년대에 개발됐으므로 성능개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개량 작업을 지속해도 K9A2 BlockⅡ를 뛰어넘기에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차세대 자주포는 디젤엔진 대신 하이브리드나 수소, 전기 추진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국내 방산업계에서 거론되는 차세대 기갑장비 중에는 하이브리드 엔진이나 수소 연료전지 등의 탑재를 설정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동력체계의 통일성을 유지해야 육군 기갑부대 정비 및 운영유지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동력장치가 쓰일 수 있다.
신소재를 사용해 장갑과 현수장치 등을 경량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중량 여유분만큼 최신 기술을 적용한 구성품과 장비를 탑재하는 것도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강력한 화력과 기동력을 겸비한 자주포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시킨 계기였다. 한국도 K9을 발전시키면서 북한과의 포병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육군 작전반경이 확대되고, 북한도 신형 자주포를 개발하는 등 화력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 한국도 신형 자주포 개발 및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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