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권한 없어 상황 반전 역부족
더 강력한 컨트롤타워 서둘러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임명했다. 저출산위는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인 저출생 대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주 전 장관이 경제 관료 출신으로 추진력 있게 정책을 밀고 나가고 업무를 끈질기게 챙기는 데 정평이 난 정책 전문가”라고 했다. 주 부위원장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반전의 전기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예산편성권도, 정책 조정 권한도 없는 상황에서 출산율 하락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저출산위는 그동안 파행을 거듭하며 허송세월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나경원 부위원장이 2022년 10월 취임했지만 대통령실과 정치적 갈등을 빚다 석 달 만에 물러났다. 후임인 교수 출신 김영미 부위원장도 대통령이 여러 차례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임기(2년)를 절반이나 남겨 둔 채 사실상 경질됐다. 그사이 민간위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저출산 대책이 전 정부의 실패한 정책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사임하기도 했다.
인구재앙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지 오래다. 2006년 이후 역대 정부가 38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에 이어 지난해 4분기 역대 최저치인 0.6명대로 주저앉은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고 2026년에는 전국 초·중·고교생 500만명 선도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인구가 14세기 중세 유럽의 흑사병 창궐 때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고(미 뉴욕타임스), 인구소멸 1호 국가가 될 것(데이비드 콜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이라는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KBS 특별대담에서 저출산 해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규정하며 합계출산율 1.0명을 목표로 제시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당장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국민의힘이 총선 공약으로 보건복지, 교육 등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출생 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을 제안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인구위기대응부’를 설치하자고 했다. 대통령실과 여야는 더 기다리지 말고 세부 협의에 착수해 해법을 찾기 바란다. 저출산위와 정부 부처는 여야 간 유사하거나 공통된 저출생 관련 공약을 세밀히 검토해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대책부터 집중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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