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硏, 성장률 2.3% 제시
고금리·물가로 소비 축소 예상
글로벌IB ‘수출 경기 주도’ 인식
“저조한 내수에 하반기 성장 둔화”
KDI도 “소비 개선 힘들 것” 강조
한은 “경기 체감 부문별 차별화
취약계층은 여전히 어려움 지속”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은 수출이 주도하면서 내수는 작년보다 더욱 부진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예상보다 심화했던 내수 부진의 골이 올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민·관 경제예측기관의 일치된 견해이기도 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치로 2.3%를 15일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망치(2.1%)에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연구소는 “당초 예상보다 글로벌 경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유를 설명하면서 수출이 경제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6.9%로 제시했는데, 지난해 증가율(2.8%)보다 4%포인트 이상 높게 잡았다. 이와 달리 민간소비 증가 폭은 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회복세 부진, 고금리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확대 등으로 지난해 1.8%에서 올해 1.5%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국내 여타 경제연구기관도 올해 경제를 둘러싸고 ‘내수 위축 속 수출 중심 경기 회복’ 관측을 공유하고 있다. 상고하저의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말 “(한국 경제는) 제조업·수출 부문의 빠른 회복과 상대적으로 저조한 서비스·내수로 양분돼 상반기에는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겠으나 하반기에는 점차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최근 ‘2024년 경제·금융시장 수정 전망’을 내고 내수가 예상보다 부진하지만, 반도체 업황의 빠른 회복으로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2.1%로 유지했다.
올해 소비 부진은 고금리 여파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들 기관의 한결같은 관측이다. 빚 부담이 늘면서 고금리 기조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성장이 쉽지 않은 형국으로 내다봤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전날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를 발표하고 “상품 소비와 서비스 소비가 둘 다 안 좋은 상황”이라며 “고금리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올해 민간소비가 개선되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가 종전 전망치(1.8%)보다 낮은 1.7% 증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지난해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1.8%)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2.3%로 0.1%포인트 낮췄고,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 여파로 건설투자 증가율도 -1.0%에서 -1.4%로 부진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역시 내수 회복세가 약화하고 수출 중심으로 경제 성장이 이뤄지면서 수출기업과 소비자의 경기 인식 격차가 클 것으로 우려한다.
최창호 통화정책국장과 박나영 조사총괄팀 조사역은 지난달 한은 블로그에 올린 ‘1월 경제상황 평가’ 글에서 “올해 중 성장률은 당초 예상(2.1%)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내수 회복의 모멘텀이 약화한 만큼 경기 개선에 대한 체감 정도는 부문별로 차별화되고, 취약계층의 어려움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정도 소비가 더 떨어질지 또는 수출(호조)이 계속될지는 성장률 자체에도 중요하지만, 올해 내수와 수출 부분이 양극화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시사하기 때문에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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