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던진 다음에 혼란과 반발을 극대화시켜서 국민 관심을 끌어모은 뒤에, 누군가 나타나서 이 규모를 축소하면서 원만하게 타협을 끌어내는 정치쇼를 하려는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당 최고위 회의에서 “항간에 이런 시나리오가 떠돈다”며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한다. 왜 이런 무리한 수를 던졌을까”라고 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정치적 시나리오’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의료대란이 시작돼 환자들과 국민의 고통이 커지는 마당에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표의 주장은 근거가 없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는 “우리 민주당에서 연간 400명 정도를 증원하자고 지난 10년간 이야기했는데 무려 그 다섯 배를 한 번에 증원하면 현재 의대들이 수용할 수 있느냐”며 “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라고 했다. 하지만 전국 40개 의대 수요 조사에서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증원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35년에는 우리나라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 바 있다. 도대체 이 대표가 뭘 근거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는 의사들의 오만에 대해 이 대표가 정작 입을 닫고 있는 건 무책임하다. 국민 89%가 의대 증원을 지지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중단 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단다. 책임 있는 원내 1당 대표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적극 만류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 정책에 딴지를 거는 건 곤란하다. 의료대란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이러니 총선을 앞두고 의사들의 표심을 노린 정략적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어설프게 의사들 편을 들다간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다.
정부는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진료유지 명령’을 발동하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땐 공공병원·군병원을 개방하는 등 공공의료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의사들이 강력 반대하는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할 방침이다. 당연하고 불가피한 조치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애꿎은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가용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힘을 모아야 의사들의 직역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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