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 김밥 가격을 소폭 올렸다. 김밥에 속재료로 들어가는 시금치, 계란, 단무지에 이어 김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현재 김 한속(100장)당 가격은 9000원대로 지난해보다 20% 가량 올랐다”며 “채소 가격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김 가격도 급등해 비용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서민들의 대표 반찬인 김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최근 수출 물량이 늘면서 공급이 줄어든 데다 원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산지 가격이 1년 새 50%가량 치솟았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마른김(중품) 1속당 도매가는 9072원(13일 기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37.9% 급등했다. 평년(6249원)과 1개월 전(7747원) 가격을 크게 웃돌아 역대 가장 비싸다.
김 가격이 급등한 것은 최근 1~2년 사이 이상 기후로 인해 수온이 오른 데다 병충해가 확산되며 원초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전국 생산비중 77%를 차지하는 전남지역 김 생산량이 작년 기준 전년 대비 11% 감소했고 부산지역도 31% 감소했다.
순천에서 김 양식업을 하는 박모씨는 “해수면 상승으로 김이 녹아 사라지는 갯병이 번져 작년 수확량이 예년보다 30% 가까이 줄었다”며 “수온 상승으로 생산량을 좌우하는 채묘(종자 생산)·수확 시기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고 했다.
수출 물량 증가로 국내 공급도 감소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7억9100만달러(약 1조5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김 수출액은 2010년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은 뒤 13년 새 7배 가량 급증했다.
수출 국가도 49개국에서 124개국으로 크게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작년 1억6900만달러),일본(1억4400만달러), 중국(9700만달러), 태국(6600만달러) 순이다.
김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99%가 생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 김 시장에서 한국 김의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김은 김스낵, 조미김 등의 형태로 세계 100여개 국가에 수출 중이다.
해외에서 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잡은 우리나라 영화나 TV예능 등에서 자주 노출되며 세계인들에게 친숙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김밥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김’ 수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김의 주산지인 전남에 1200억원 규모의 수산식품 수출단지를 건립해 가공, 연구개발(R&D) 및 수출을 종합 지원하는 핵심거점으로 조성한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김 수출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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