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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3주 앞두고 與 ‘수도권 위기론’ 재부상…칼 빼든 한동훈

입력 : 2024-03-18 06:59:56 수정 : 2024-03-18 07: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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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결단 촉구…사실상 용산과 각 세운 셈
뉴스1

22대 총선을 3주가량 남겨두고 여권 안팎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재부상하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칼을 빼들었다.

 

뉴스1에 따르면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발언이 정권심판론에 고삐를 당기는 양상을 보이자, 대통령실의 결단을 촉구하며 용산과 각을 세운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사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해서 국민들께 피로감을 드릴 만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때 채 상병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지난해 9월 공수처에 고발된 피의자 신분이다. 지난 4일 호주대사에 임명된 이 대사는 7일 공수처에서 4시간 가량 조사를 받고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사 사태를 고리로 연일 '정권심판론'을 띄우자 한 위원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휴일인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이종섭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여기에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조국혁신당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총선 변수로 등장했고, 민주당이 공천 내홍 끝에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점도 국민의힘의 위기감을 키웠다.

 

한 위원장은 이날 첫 선거대책위원회 비공개 사전 회의에서도 이 대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에 어떤 이야기를 전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된 이 대사 임명 철회 요구에 이 대사 임명이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며 임명 철회 역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의 이러한 태도가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한 위원장이 다시 각 세우기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이날 황 수석을 향해서도 거취 결단을 압박했다. 앞서 황 수석은 지난 14일 일부 기자와 사석에서 과거 군인들이 군과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를 쓴 기자를 습격했던 사건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그는 문제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는 이 대사와 황 수석 문제가 수백, 수천표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민심에 악영향을 줬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정책과 이슈에 따라 지지 정당이 달라지는 중도층·부동층 유권자가 많아 부정적인 이슈가 터질 경우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수도권 험지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는 "그런 논란이 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나"고 반문하며 차가운 민심을 전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서울 지지율은 일주일새 15%포인트(p) 빠졌고,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8%p 올랐다. 정치권에선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일종의 경고장이 날아왔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 듯, 이날 여권에선 계파를 불문하고 이 대사와 황 수석 문제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하는 친윤(윤석열)계 김은혜 전 홍보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종섭 즉시 귀국, 황상무 자진사퇴가 국민 눈높이"라고 썼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표 앞에는 장사 없다. 그러게 정작 외국에 보내야 할 분은 안 보내고 왜 이종섭을 외국 보내나"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사를 향해 "제가 국회에서 부끄럽다고 말씀드린 것 기억하시죠? 지금은 더 부끄럽다"고 일침을 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YTN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총선에서 승기를 잡았던 것 중에 하나가 한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했기 때문"이라며 "지금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막말 발언이나 이 대사 출국 논란 등 여권의 여러 가지 난맥상을 빨리 정리한다면 국민의힘에 유리한 선거 구도로 다시 복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공수처가 조사하겠다면 내일이라도 귀국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17일 방송된 KBS 뉴스9 인터뷰에서 "일단 현시점에서 본다면 공수처와 4월 말 공관장회의 기간에 일정을 잡아서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것으로 조율이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사는 지난 12일 호주 정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으며 다음 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에 잠시 들어올 예정이다.

 

그는 공수처 수사를 받는 중 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것은 '도피성'이라는 비판에 대해 "그야말로 정치 공세이고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소환 통보 없이도 자진 귀국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공수처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자진 출석한다고 해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을 해 본다"라고 말했다.

 

사퇴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수사를 받는 것이) 대사직 수행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뉴스1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17일 한 위원장을 비롯해 여권 내부에서 제기된 이종섭 주호주대사 즉각 귀국 요구 등이 확대 해석되는 데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사 문제와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기자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 대해서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이 대사를 출국 등을 고리로 야권의 공세가 시작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국민의힘 성남 분당을 후보도 공수처의 이 대사 소환을 요구했다. 김 후보는 황 수석에 대해서는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 등 여권 내부의 우려 섞인 발언에 대해 기존 대통령실이 낸 입장과 궁극적으로 다를 게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소환 통보 이후 이 대사의 귀국이라는 점이 같다는 것이다.

 

앞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4일 SBS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이 대사는 공수처에 찾아가서 호주 대사로 임명돼 나가게 됐는데, 언제든지 조사받으라고 연락이 오면 들어와서 조사받겠다고 얘기했다"며 "조사를 받겠다는 사람을 왜 문제 삼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5일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수처가 이 대사에 대한 출국금지를 연장하면서 소환 조사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공수처가 수사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지난 1월 한 차례 윤 대통령과 충돌한 한 위원장이 이제 막 부임한 재외공관장 즉각 귀국이라는 사실상 윤 대통령이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입장을 낸 만큼 정부·여당 관계도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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