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둑의 예술성 퇴색시켜
은퇴에 많은 영향 끼친 건 사실
확실한 원칙 갖고 발전시켜야”
“알파고 이후 바둑의 예술성은 퇴색됐지만 인공지능(AI)에 대한 공포심을 버리고 발전시켜야 한다.”
구글 AI 알파고와 8년 전 ‘세기의 대국’을 펼친 이세돌(41) 9단이 구글코리아 창립 20주년을 맞아 ‘AI 시대 서막을 알렸던 이세돌 vs 알파고, 그 후 이야기’를 주제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구글코리아가 19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이세돌은 “AI가 은퇴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 건 사실”이라며 “은퇴 이후 생성형 AI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세돌은 2016년 3월 인간의 바둑 최고수 자격으로 구글 딥마인드 바둑 AI인 알파고와 대국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AI가 인간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알파고는 인간의 예상을 넘어설 만큼 강했고, 이세돌은 1승4패로 대국을 마쳤다. 알파고는 74전 73승1패를 기록한 뒤 2017년 12월 개발이 마무리됐고, 이세돌은 인간 중 유일하게 알파고에 1승을 거둔 프로 기사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세돌은 당시 대국에 대해 “‘구글이 이런 AI를 만드는구나’ 정도로 생각하면서 당연히 내가 이길 거라고 봤다”면서도 “막상 보니 벽에 테니스공을 치는 느낌이었고, 내가 너무 안일하게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AI가 바둑에 준 변화에 대해 이세돌은 “마치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히는 것 같아서 바둑의 예술성이 퇴색된 것 아닐까 생각한다”며 “과거의 기보 역시 바둑의 역사를 위한 학습 용도 외에 가치가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구글의 한국지사 설립 20주년을 기념한 이번 인터뷰는 AI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중요한 변곡점에 와있는 가운데 AI 기술을 인간이 어떻게 적절히 통제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세돌은 “앞으로 AI 기술이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방향으로 발전이 없다면 인류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며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서 AI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확실한 원칙을 갖고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조절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세돌은 “당장 AI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공포는 과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장단점이 있겠지만 균형을 잘 맞춰 나가면서 우리가 몰랐던 단점을 개선한다면 기술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 같은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AI 기술을 발전시키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인다면 못 따라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든 느끼지 않든 기술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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