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습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과의 대선 ‘리매치’를 앞두고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 고위 관리들에게 이런 내용의 경고를 반복적으로 전달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6일 접경지인 러시아 사마라 지역의 정유공장 2곳을 공격했고 지난 13일에는 모스크바 남동쪽으로 200㎞ 떨어진 랴잔의 정유소를 파괴했다. 올해 들어서만 러시아의 정유공장 등 석유 시설에 최소 9차례의 공격이 이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 연말 대선을 향해 선거운동을 시작하려는 시점에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 이런 우려 제기의 속내인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분석했다. 이 매체는 우크라이나군이 이처럼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러시아 서부의 석유관련시설을 대담하게 공격하는 것과 관련해 “백악관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관계자의 언급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가 82.72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1.68달러(2.1%) 상승하는 등 국제유가는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시장에서는 고유가를 유지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정책에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은 러시아가 자국 인프라에 피해가 계속될 경우 서방이 의존하는 에너지 시설을 노려 보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만약 러시아가 서방 에너지 시설 공격에 나서면 가뜩이나 상승 중인 국제유가가 폭등할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FT에 “우리는 러시아 내부 공격을 장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정보총국은 논평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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