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내년 5세부터 무상보육을 할 수 있도록 유아 1인당 누리과정 지원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4·10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사립유치원은 시도별로 많게는 월 20만원을 부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대폭 덜어주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태권도·미술·피아노 학원 등 예체능 학원 수강료에 대한 자녀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을 현재 미취학 아동에서 초등학생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정부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만 했다.
한 위원장은 얼마 전에는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학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새 학기 도약 바우처, 다둥이 임신 바우처, 소상공인 이자환급 등도 약속했다. 1100조원으로 늘어난 국가채무와 56조원이 넘은 지난해 세수 결손을 감안하면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퍼주기 공약이 아닌지 의문스럽다. 아무리 선거 판세가 불리하다고 하더라도 집권 여당이 민생을 가장한 ‘현금살포’ 공약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국가재정이 날로 악화하는데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무책임하다.
한 위원장은 입도 거칠어지고 있다. 그제 경기도 부천시 유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막말 논란과 이재명 대표의 대응을 문제 삼으면서 이들이 “쓰레기 같은 말”을 한다고 비난했다. 그 전날에는 이 대표를 겨냥해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가 평소와 달리 거친 말을 계속 내뱉는다면 총선 패배 가능성에 조급해졌다는 해석만 낳을 뿐이다. 막말은 어느 정당을 선택할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하는 중도층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 등 범야권은 ‘200석’의 대승을 예상한 듯 공공연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고 있다. 이 대표는 “차라리 대통령이 없는 게 낫다”고 말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 레임덕, 나아가 데드덕을 만들겠다”며 ‘윤 정권 조기 종식’을 주장했다. 과거 야권의 ‘탄핵’ 주장은 국민의 반발 등 역풍을 불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치권의 거친 발언에 국민이 둔감해진 것이기는 하나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에 대한 국민의 반감과 ‘정권 심판’ 기류가 강하다는 뜻도 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연일 ‘읍소’를 이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여권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성찰과 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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