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공주’ ‘푸뚠뚠’ 애칭 불리며 신드롬
배웅행사 6000명 몰려 ‘눈물의 작별’
강철원 사육사, 모친상에도 이송 동행
에버랜드, 현지 생활 소식도 계속 전달
中정부 “돌봐준 한국 사육사들 감사”
3일 오전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배웅 행사에서 ‘푸바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가 편지를 낭독하자 곳곳에서 팬들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굵은 빗줄기에도 오전 4시부터 정문 앞에서 입장 대기한 팬들은 반도체 수송에 이용하는 특수 무(無)진동 차량에 탑승한 푸바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차 안에 실려 있어 푸바오를 직접 볼 수 없었지만, 6000여명의 관람객은 푸바오 깃발과 현수막 등을 흔들며 이별을 아쉬워했다. 이들은 “잘 가, 행복해야 해”, “널 만난 건 기적이야” 등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처럼 온 국민에 행복을 선물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이날 고향인 에버랜드를 떠나 중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2020년 7월20일 ‘사랑’(아이바오)과 ‘기쁨’(러바오) 사이에서 태어난 지 1354일 만이다.
에버랜드는 푸바오가 이날 오후 중국 쓰촨성 자이언트판다보전연구센터 워룽선수핑 기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 협약’에 따라 생후 48개월 이전에 짝을 찾아 중국으로 이동한다.
푸바오는 인천국제공항으로 옮겨져 중국 전세기를 타고 쓰촨성으로 향했다. 이동 중 흔들림과 외부 접촉에 따른 위험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가로 190㎝, 세로 130㎝, 높이 135㎝ 크기에 무게 270㎏의 케이지를 준비했다. 엄마 아이바오가 2016년 한국으로 올 때 타고 온 케이지다.
검역 기간 푸바오가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연습을 했다. 송영관 사육사는 “영특한 푸바오는 케이지에 들어갔다 나오는 과정을 재밌는 놀이처럼 진행하고 검역 과정을 잘 지냈다”고 전했다.
중국 측에서도 판다 전문 수의사를 에버랜드로 파견해 이송 준비에 참여했다. 예비 비행기까지 마련해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비행기에는 푸바오가 태어났을 때부터 돌봤던 강 사육사와 중국 수의사가 함께 탑승해 20∼30분 단위로 모니터링하며 푸바오의 건강을 체크했다. 강 사육사는 2일 모친상에도 푸바오의 건강과 안전 등을 고려해 푸바오의 중국 이송에 동행했다.
푸바오가 향한 워룽선수핑 기지는 외국에서 온 판다들의 적응 훈련소다. 푸바오는 이곳에서 수개월 동안 적응을 마친 뒤, 다른 생활 공간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에버랜드는 지난해 말 중국중앙(CC)TV와 맺은 협약을 통해 푸바오의 중국 생활 모습을 팬들에게 지속해서 전할 계획이다.
한국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푸바오를 맞이하는 중국도 환영 분위기에 들뜬 모습이다. 중국인 수십만명이 에버랜드 푸바오 배웅 행사 중계를 동시 시청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자이언트 판다는 세계의 사랑을 받는 희귀 위기 야생동물이자 중국 인민(人民)의 우의를 전하는 우호 사절”이라며 “우리는 푸바오의 귀국을 환영하고, 푸바오를 돌본 한국 사육사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푸바오는 2016년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보내온 판다 아이바오와 러바오 사이에서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국내 출생 1호 판다다. 판다는 가임기가 1년에 한 번으로 3일 정도에 불과해 임신과 출산이 매우 어려운 동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한국에서 최초로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푸바오는 지친 국민에게 희망과 위로의 상징이 됐다. 몸길이 16.5㎝, 몸무게 197g으로 어른 손바닥보다 작은 몸으로 태어난 푸바오는 100㎏을 훌쩍 넘는 현재의 모습이 되기까지 ‘용인 푸씨’, ‘푸공주’, ‘푸뚠뚠’ 등으로 불리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푸바오가 대중에게 공개된 2021년 1월부터 지난달 3일까지 1155일간 판다월드 방문자는 550만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꼴로 푸바오를 만나러 온 셈이다. 관련 굿즈 400여종은 330만여개 판매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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