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투표를 안 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받는다’고 플라톤이 그랬다는 이야기라도 해달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적극 투표를 독려해달라는 부탁을 지지자들에게 남겼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한 이 대표는 휴정 중, 자신의 유튜브 채널 생방송을 켜고 투표 중요성을 부각하며 이처럼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부산역 광장 사전투표 독려 자리에서도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 대표 발언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론’ 일부다. 원문은 ‘그들 스스로 통치하기를 거부할 때 그들이 받는 가장 큰 벌은 자기들보다 못한 자들에 의해서 통치당하는 것’ 등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톤이 민주주의가 아닌 ‘철인통치’를 주장한 엘리트 주의자였다는 점에서 원문의 ‘그들’은 ‘통치 자격을 갖춘 현인들’, ‘자기들보다 못한 자들’은 지도자가 될 능력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엘리트가 아닌 이들’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 대표는 “(투표 독려가) 어려운 건 아니다”라며 “쑥스럽고 그렇다면 ‘투표는 해라’, ‘어느 쪽 찍는지는 당신이 알아서 하더라도’ (이야기를 해달라)”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여러분이 아는 사람은 대개 여러분과 비슷한 생각(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다”며 “여러분이 그런 것은 잘 가리실 테고, ‘민주당 후보 지지해달라’며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쑥스러우면 ‘투표를 해라’와 비슷한 말이라도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적극적인 투표 호소는 재판 출석 전, 이 대표가 읽은 입장문의 “국민을 거역한 정권에 엄정한 주권자의 심판을 내려주시기를 바란다”던 울분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면서 그는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주권자”라고 부각했다.
특히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 재판 출석이 원통한 듯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가 다하지 못하는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을 우리 국민들께서 대신 해 달라”며, “주권자들의 신성한 표를 모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우리 국민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써주시기를 바란다”고 이 대표는 호소했다. 주변에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네!”라고 입 모아 외쳤다.
1분1초를 천금같이 쓰고 싶었지만 재판 출석이라는 국민의 의무를 지키기로 했다면서, 이 대표는 “저의 손발을 묶는 게 검찰 독재 정권과 정치 검찰의 의도라는 것을 안다”고 입장문에서 주장했다. 자신을 대신해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을 국민들이 대신 해달라던 메시지는 총선이 ‘무도한 정권’에 대한 확실한 심판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으로 풀이됐는데, 유튜브 생방송에서도 이 대표는 “법정에서 재판을 대기하고 있으니 억울하기도 하고 답답하지만, 제가 하지 못하는 몫을 지지자, 당원 여러분께서 안타깝게 여겨주시고 제 몫까지 더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부탁말씀을 드리려 이렇게 방송을 켰다”고 말했다.
재판 출석 전, 취재진의 ‘법원의 기일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아무 말도 없이 법원에 들어간 이 대표는 유튜브 생방송에서 “중요하고 귀한 시간인데 하필이면 이날 재판이 잡혀서 갑갑하다”는 식의 반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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