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신용잔고 19.5조원 달해
코스닥 반도체주 중심 크게 증가
텔레칩스 빚투 비중 9.12% 최고
연내 금리인하 예고에 자금 이동
예탁금도 4월 연중 최대치 경신
업계 “연기금 수급 긍정작용 기대
변동성 대비 레버리지 자제해야”
인공지능(AI) 기술을 둘러싼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반도체주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7개월 만에 최대 수준에 다다랐다.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지난 1일 연중 최대치를 찍는 등 주식투자 열기가 높아진 정황이 곳곳에서 관측된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예금 금리가 더 낮아지면 주식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향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는 게 증권가의 전언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4635억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규모다.
앞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일 19조5327억원까지 늘어 지난해 9월27일(19조7029억원)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19조4000억~19조5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레버리지(차입) 투자의 증가는 최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가 8만원대 진입에 성공하는 등 반도체주 강세에서 비롯됐다. 특히 코스닥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신용거래 잔고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날 기준 신용거래 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반도체 팹리스(설계전문) 기업 텔레칩스로 9.12%에 달했다. 이 주식을 매수한 10명 중 한 명 가까이 빚내서 샀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유리기판 업체 HB테크놀러지, HB솔루션의 신용 잔고 비중도 각각 8.87%, 8.78%에 달했다. 에프엔에스테크(8.70%), 뉴프렉스(8.38%), 3S(8.24%) 등 반도체 관련주도 8%를 넘어섰다. 다만 이들 종목은 대부분 시가총액 5000억원이 채 안 되는 기업들로 최근 주가 변동성이 큰 편이다.
상당수는 단기간 차익 실현 목적으로 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연내 글로벌 금리 인하가 예고된 만큼 한동안 증시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일 59조6299억원으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었다. 지난 8일 기준 55조9333억원으로 여전히 투자 열기가 뜨겁다. 그만큼 국내 증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얘기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 투자자 예탁금 등에서 반등이 이어지고 있는데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지켜보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지난 1월 국내주식 비중은 13.2%로 올해 목표 비중(15.4%)을 크게 밑돌았는데, 3분기 전후 연·기금 수급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상무는 “최근 은행의 예금 금리가 많이 떨어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주가는 반등하면서 증시 대기자금이 신용융자 잔고 쪽으로 가고 있다”며 “예상보다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으로 보이고, 총선이 지나면 당장 공매도 재개 관련 이슈가 있어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5~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할 수도 있어 신용거래 등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자제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4·10 총선 결과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야 간 법인세, 금융투자소득세 등에 대한 이견이 있어 선거 결과가 증시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반도체를 중심으로 1분기 실적 개선 종목에 집중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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