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 사건에서 정부가 약 438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이 나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메이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11일(한국시간) 메이슨 캐피탈 엘피(LP) 및 메이슨 매니지먼트 엘엘씨(LLC)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사건에서 3203만달러(438억원)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는 메이슨이 청구한 약 2억달러(2737억원)의 16%가 인용된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또 정부에게 법률 비용으로 1031만달러(141억2000만원), 중재비용 63만유로(9억3000만원) 지급도 명령했다.
ISDS는 양자 간 투자협정(BIT)이나 자유무역협정(FTA)상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해 투자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투자국을 상대로 제기할 수 있는 중재 절차다. 메이슨도 한미 FTA 등을 근거로 2018년 9월 이번 ISDS를 걸었다. 메이슨이 청구 금액으로 적어낸 금액은 ‘2억달러 이상’이었다.
메이슨의 주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었다. 삼성물산 지분 2.18%를 갖고 있던 메이슨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주주 입장에서 불공정하다며 합병을 반대하기도 했다.
메이슨은 ISDS 심리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정당한 경제적 이유가 없음에도 합병에 찬성 표결했다”며 “해당 의결권 행사를 설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 (정부) 관계자의 부당한 개입뿐”이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재판을 근거로 박근혜정부가 국민연금 표결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다른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메이슨보다 두달가량 앞선 2018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을 근거로 ISDS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PCA는 지난해 6월 엘리엇 측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가 5359만달러(선고일 기준 약 690억원)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한 바 있다. 엘리엇이 청구한 손해배상금 7억7000만달러 중 약 7%가 인용된 것이었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지금까지 제기된 ISDS는 총 10건이다.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ISDS에 제소된 ‘론스타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을 맡은 중재판정부는 2022년 8월 정부의 일부 책임을 인정하며 이자를 포함해 300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이번 엘리엇 사건까지 판정이 나온 사건은 총 6건으로 4건은 아직 심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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