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정비 前 대화·협상 어렵다”
임기 내내 여소야대 ‘가시밭길’
영수회담 미온적이던 대통령실
“이젠 李대표 만나야” 의견 대두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성사 여부는 윤 대통령의 남은 3년 임기를 좌우할 첫째 관문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일단 총선 참패 여파로 상처난 대통령실과 내각을 정비한 뒤 영수회담 여부와 시기, 방식에 대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11일 사의를 표명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하에 12일 오전 실수비 회의를 평소대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 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 등 최고위급 참모 교체가 예정된 만큼 주요 사안에 대한 논의·결정보다는 체제 정비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 “지금은 조직을 추스르고 정비해야 할 때로 영수회담 여부는 이런 과정을 마친 뒤 마지막 단계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체제 정비도 안 된 상태에선 제대로 된 대화나 협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14일 새 비서실장을 임명한 뒤 대통령실 내부 조직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새 참모의 성향이나 리더십과 관계 없이 결국 영수회담 성사 여부는 윤 대통령에게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이 대표와의 독대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대통령 본인 의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에선 지금까지 “영수회담은 권위주의 시절의 잔재”라며 다자가 참여하는 여야 대표 간 회동을 요구하며 사실상 거절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회를 맞으며 궁지에 몰리게 된 정치적 현실과 차기 잠룡을 중심으로 돌아서기 시작한 여당, 차가운 민심 속에서 이 대표를 만나지 않고선 더 이상 국정운영이 어렵게 됐다. 대통령실에서도 이제는 이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내부 여론이 크다. “일부라도 지키기 위해 내줄 건 내줘야 한다”며 정치적 타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온다.
특히 각종 정책·개혁 법안이 국회에서 막히는 것을 넘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정면 겨냥하는 야권발 특검법이 윤 대통령의 숨을 조이는 건 예견된 미래인 만큼, 영수회담을 시작으로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대통령실 내부에 강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김 여사 관련 문제로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정치적 사건을 맞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정치적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는 무언의 절규가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영수회담 성사 여부나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여부는 내부 체제 정비 이후 5월쯤에나 가닥이 잡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4·10 총선 승기를 몰아 윤 대통령의 영수회담 수용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윤 대통령은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민주당과 대화의 창을 열어야 한다”며 “영수회담이 됐든 뭐가 됐든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처를 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부터 우리가 줄곧 영수회담을 요청해왔지만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며 “공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채진원 교수는 “윤 대통령은 검사의 시각에서 벗어나 정치가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며 “이 대표를 피의자나 피고인이 아니라 제1야당의 대표로서 바라보고 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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