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채 상병 특검, 표결 시 찬성
안보·정책실 포함 내각 총사퇴했어야”
김재섭 “김 여사 국민 의문 해소해야
여당서 특검법 전향적 태도 보일 필요”
홍준표 “용산만 보는 해바라기당 돼
한동훈 대권놀이하며 말아먹어” 직격
4·10 총선 결과로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든 국민의힘 내에서 당 쇄신을 위한 쓴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야권이 주장해온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등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정부·여당이 민심을 외면한 결과가 이번 총선 참패로 이어진 만큼 국민 앞에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다.
4선에 성공한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은 12일 MBC 라디오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며 본회의 표결 시 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수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국방부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지난 3일 자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언제든 표결 처리할 수 있는 상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채상병 특검법 추진과 관련해 “양당 원내대표가 만나 상의할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채상병 특검법 처리에 반대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 외압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에 도피 출국 논란이 일면서 민심이 들끓었다. 이후 이 전 장관이 귀국 후 사의를 표명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런종섭 사태’가 민심을 거스르며 총선 결과에 악영향을 줬다는 비판이 큰 만큼 계속 반대 입장을 고수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해서도 입장 변화가 감지됐다. 김재섭 당선자(서울 도봉갑)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저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야권이 22대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추진을 예고한 상황에서 여당 내에서도 수용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쌍특검법(김건희·대장동 50억 클럽)’ 부결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쌍특검법은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다. 김 당선자는 “김건희 특검법을 요구하시는 국민들의 요청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여사에 대한 여러 문제가 국정운영을 하는 데 있어 많은 발목을 잡았고 여전히 국민께서 의문을 갖고 해소해야 한다고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대대적인 변화 요구도 분출했다. 안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뿐 아니라 내각이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사의를 밝히지 않은 대통령실 안보·정책실을 포함해 “모두 자진사퇴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며 “사실 지금 자진사퇴도 만시지탄이다. 인사도 인사지만 국정 기조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대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한지아 당선자(비례대표)는 SBS 라디오에서 “인적 쇄신만큼 인식의 쇄신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실에서 참모들이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민심을 전달하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연일 당을 향한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용산만 목메어 바라보는 해바라기 정당이 됐다”면서 “이제 70대가 넘는 노년층 지지에만 갈구하는 정당이 미래가 있을까. 30년 보낸 이 정당이 ‘날지 못하는 새’로 전락하고 있는 게 아닌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야심 차게 키운 이준석이도 성 상납이란 어처구니없는 누명을 씌워 쫓아냈다”면서 “이 당 안에서 인물을 키우거나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당 밖에서 셀럽을 찾아 위탁하는 비겁함으로 명줄을 이어간 것”이라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겨냥했다. 이어 “천신만고 끝에 탄핵의 강을 건너 살아난 이 당을 깜도 안 되는 황교안이 들어와 대표 놀이하다가 말아먹었고, 더 깜도 안 되는 한동훈이 들어와 대권 놀이하면서 정치 아이돌로 착각하고 셀카만 찍다가 말아먹었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이후에도 재차 글을 올려 “그런 노예근성으로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느냐”, “자립, 자강할 생각은 털끝만치도 안 한다”면서 당의 자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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