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30대 공무원에 무죄 선고
“다 들릴 정도라면 대화 참여 인정”
사무실에서 오간 공개적인 폭언을 제3자가 녹음하더라도 불법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업무 공간에서 사실상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정도의 폭언이라면, 대화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도 대화에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길)는 지난 2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이모(35)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2021년 12월 경북 울진의 한 사무실에서 직장 상사 김모(59)씨가 부하 직원 2명에게 한 욕설을 몰래 녹음하고 인사팀에 신고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온 이씨는 괴롭힘 증거로 해당 녹취록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씨의 행위를 불법 녹음으로 보고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사무실 내 직원들이 ‘자리에서 그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진술했다”며 “피해자가 직장 상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대화 내용과 사무실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피고인은 해당 대화 참여자라고 예상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도 모두 무죄 평결을 내렸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추진위원은 “공개된 사무실에서 피해자를 앞에 두고 다 들으라는 듯이 폭언을 할 때 주변의 동료가 녹취해준다든지, 피해자가 자리에 있는데도 큰소리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자 험담을 할 때 이를 녹취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판결은 이런 증거 수집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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