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좌장 정성호 “나쁜 카드 아냐”
李대표 측 “아직 고려해본 적 없어”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여당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면서 이재명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높이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을 한 데 이어 친명(친이재명)계가 대거 22대 국회 입성을 확정지으면서 ‘이재명 지도체제’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신호탄은 친명계 좌장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쏘아 올렸다. 정 의원은 16일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두고 “나쁜 카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전례를 보면 민주당이 과반 넘는 다수당일 때가 두 번 있었다. 17대 때 있었고, 21대에 있었는데 둘 다 정권교체에 실패했다”고 했다. 이어 “그 당시는 여당이었지만 지금은 야당 다수당이 돼 더 책임이 무겁다”며 “(당대표의) 연임 제한 규정은 없기 때문에 당헌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선에서 진 이 대표가 당대표직을 연임해 책임지고 정권교체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와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야권에선 사실상 이 대표와 ‘의형제’로 평가받는다. 이 대표의 측근 의원 모임 ‘7인회’ 멤버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5선 고지에 올랐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그간 친명계라는 건 말뿐이었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될 정도로 기반이 불안정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총선으로 친명계가 다수 원내에 들어왔으니 ‘이재명의 민주당’은 지금부터 시작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22년 전당대회에서 77.77%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대표에 올랐다. 여전히 야권 내 차기 대권 주자 1순위로 꼽히는 만큼 마음먹으면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대의원의 표 가치를 낮추는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한 점도 이 대표에게 유리하다. 그간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이 행사한 1표는 권리당원의 60표에 해당돼 ‘1인 1표’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당헌·당규 개정으로 이 대표의 지지층인 권리당원의 권한이 강화됐다.
다만 이 대표 측은 “연임에 대해 아직 고려해 본 적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일부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 이어 국회의원 보궐선거, 22대 총선 등 연이은 선거를 치러왔는데, 재차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