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탈취 시도한 정황 있어도
손해 입힌 증거 없인 적용 어려워”
예비·음모단계 처벌 규정도 없어
유상증자로 지분 과반 확보설엔
“하이브 외 제3자 배정 불가능해”
하이브 구체적 물증 확보가 관건
국내 최대 기획사인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 간의 갈등이 경찰 고발로 이어진 가운데 배임 혐의 적용을 놓고 법조계 의견이 분분하다. 하이브 측의 주장대로 민 대표가 실제 경영권 탈취를 시도한 정황이 있더라도, 이를 통해 재산상 손해를 입히지 않았다면 업무상 배임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영권 탈취와 관련한 물증 확보가 관건일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하이브가 증거를 확보했다면 추후 수사를 통해 혐의가 입증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가요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하이브와 민 대표 간의 공방은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업무상 배임의 실재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외부 투자자 등을 모집해 어도어를 하이브로부터 독립시키려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하이브에 손해를 입히는 해사 행위이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그 근거로 민 대표와 소속 임직원들이 풋옵션 행사 시기와 투자자 모집 등에 대해 나눈 대화방 기록이 있다며 그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 대표는 “사담을 진지한 것으로 포장해 매도했다”며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 80%를 갖고 있고, 민 대표 지분율이 18%에 불과한 탓에 경영권 탈취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공개된 증거만으로는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은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행위자 스스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예비나 음모 단계의 처벌 규정은 없다.
박훈 변호사(박훈법률사무소)는 “(민희진 대표가) 임무를 위배하고 손해를 끼쳤다는 각각의 요건이 증명돼야 배임죄가 성립한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구체적인 실행 행위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메신저 내용 등을) 예비단계라고 인정하더라고 이를 넘어서는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곤 변호사(새올 법률사무소)도 “모의가 아닌 구체적인 실행이 드러나야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그 행위 과정에서 다른 주주 등 하이브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증거가 있어야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비상장사인 어도어가 사모펀드(PEP)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과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 거론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다. 정병원 원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대주주가 반대하면 하이브 외에 제3자 배정을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신청을 넣을 수 있고 경영권 분쟁 사항이 있다면 법원에선 대부분 인용된다”고 말했다.
하이브가 문제로 제기했던 계약서 유출 문제는 자료 종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감한 내부 정보가 담긴 자료를 유출해 회사가 손해를 볼 게 명확하다면 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하이브 측은 이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측근인 어도어 부대표 A씨를 26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고발장을 검토한 뒤 수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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