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이씨 재실 이상재 현판 제막식 참석 뒤 주민과 오찬, '환영 고마워'
어디 가도 포항 시민이라는 걸 늘 자랑스럽게 생각
방문 새벽까지 강풍 불었지만 도착하자 날씨 '화창'
"6.25 전쟁 당시 인민군을 피해 땅굴 생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제 고향 포항이 이렇게 발전한 모습에 새삼 감개무량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6일 오후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고향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실리 마을을 찾아 첫날 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2013년 이후 11년 만에 고향을 방문한 셈이다.
1박 2일간 고향에 머무르며 경주 이씨 종친들과 지인, 친구. 주민들을 만나 17일까지 포항에 머무르며 모처럼 회포를 푼다.
이 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비춘 것은 지난 4·10 총선일 서울의 한 투표장을 찾은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48분쯤 자신이 재임당시 개통한 KTX 포항역에 도착해 모습을 나타냈다.
회색 정장에 파란색 와이셔츠, 파란색 넥타이를 맨 정갈하게 차려입은 건재한 모습이었다.
부인 김윤옥 여사는 행사 내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지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마중 나온 이강덕 포항시장, 국민의힘 이상휘(포항남·울릉) 당선인, 죽마고우인 이대공 선린애육복지재단 이사장 등과 반갑게 악수를 한 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덕실마을에 설치한 천막이 다 날아갈까 봐 걱정했다"며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그는 대합실에서 환영 꽃다발과 현수막을 준비한 포항향토청년회 등 지역 단체 및 정치권 관계자 등을 만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처럼 왔는데 여러분이 이렇게 환영해주셔서 정말 고맙고 여기 나와주신 마음은 따뜻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역무실에 잠시 들른 뒤 유년 시절을 보낸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실리로 이동했다.
덕실리 마을 입구와 흥해4거리 등 곳곳에는 '이명박 대통령님, 김윤옥 여사님 고향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수십개가 눈에 띄었다.
이 전 대통령은 덕실리 도착 직후 지난달 20일 중건식을 연 경주이씨 재실 '이상재(履霜齋)' 기념식수 행사와 현판 제막식에 잇따라 참석했다.
행사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국민의힘 김정재 국회의원, 국민의힘 이상휘 당선인, 이달희 당선인, 종친 등이 함께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재실 이상재를 둘러보며 "어릴 때 여기서 놀던 때가 생각난다. (한국)전쟁 때도…"라며 잠시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자신이 적은 글씨가 새겨진 현판을 보고는 "젊은 사람들도 와서 알아볼 수 있게 한글도 적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념관인 덕실관 앞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풍물단과 주민들이 박수치며 크게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주민들과의 환영 오찬에서 인사말을 통해 "자주 못왔지만 늘 고향을 생각하고 있다. 당시 너무 가난해 고등학교 졸업식도 참석하지 못한 채 상경했다"며 "이후 현대건설에서 근무할 때 포항제철소 건설 현장을 방문한적이 있었지만 헬기를 타고 바로 올라가곤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당시 포항시 인구가 3만명에 불과 할 만큼 작은 시골도시였지만 지금은 포항시 인구가 50만명을 유지 할 만큼 큰 도시로 성장했다"며 "이철우 도지사, 이강덕 시장, 김정재, 이상휘, 이달휘 당선인 등 정치인이 힘을 합쳐 포항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해 달라"라고 고향 포항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을 전했다.
특히 그는 "6·25 전쟁 당시 인민군들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계천 옆 땅굴을 파고 지내던 생각이 난다. 피난을 여기 덕실리로 왔기 때문에 더 눈에 생생하다"며 "이곳을 사랑해주시고 자주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함께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 등은 인사말을 통해 이 전 대통령 내외의 방문을 환영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MB의 치적을 논하자면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중에서도 4대강 사업, 청계천 공사, G20 회의 유치 등이다"며 "김윤옥 여사님의 경우 한식의 세계화를 주창해 현재 프랑스에는 한식당 숫자가 300개가 넘을 정도로 한식의 세계화에 기틀을 마련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MB가 대통령에 당선 된 것만해도 포항시민의 엄청난 자부심으로 이어졌다"며 "MB덕에 포항KTX 개통, 영일만신항 개항, 블루밸리산업단지의 초석을 다지는 등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하신 만큼 대통령 내외분께선 더욱 건강하셔서 자주 고향을 방문 해 주시실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정재 의원은 "계절의 여왕 5월에 대통령님 내외분께서 고향을 방문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대통령 재직 당시 경제성장률이 4.5%에 달한데다 당시 의욕적으로 추진한 자원외교가 현재 포항의 이차산업의 근간이 된데다 방사광가속기 도입은 물론 녹색성장도 상당한 성과를 냈다"라고 밝혔다.
이상휘 당선인은 "제가 20대 초반 항만근로자로 일할 당시 갖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성공한 MB는 저의 롤모델이었다"며 "문중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님 내외분의 건강과 건승을 기원드린다"고 말했다.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모습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오찬 이후 포항시 아동양육시설인 선린애육원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고향방문 이틀째인 17일 오전 포스코국제관에서 시·도 관계자, 종교 지도자 등과 조찬 기도회를 갖고 어릴적 다녔던 포항제일교회를 방문한다.
이어 포항 지역 경제인들과 오찬을 한 뒤 천신일 세중 회장의 포스텍 명예박사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축사한 뒤 귀경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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