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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을 막는 실험이 단행됐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쏘아 올린 다트 우주선은 10개월여의 우주비행 끝에 지구로부터 약 1100만km 떨어진 거리에서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해 그 궤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소행성의 지구충돌을 그린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 등 SF 영화의 상상이 현실로 바뀐 것이다. ‘지구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나사의 힘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태양계 밖을 항해하는 보이저호나 ‘우주를 보는 인류의 눈’ 허블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등도 나사 작품이다.

나사를 본뜬 우주항공청(KASA)이 어제 경남 사천에서 개청식을 가졌다. 윤영빈 청장은 우주항공 5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2032년 달, 2045년까지 화성 탐사에 나서고 420조원 규모의 우주경제를 창출해 글로벌 우주시장의 10%를 차지한다는 게 핵심이다. 윤 청장은 “한강의 기적, 반도체의 기적에 이은 세 번째 우주의 기적을 구현하겠다”고 했다.

현실은 척박하다. 한 해 예산이 약 7000억원으로 나사(31조원)에 비할 바 아니다. 한국의 우주기술은 미국 등 선도국보다 10년 이상 뒤처져 있고 우주산업 규모는 3조6000억원(2022년 기준)으로 세계시장의 0.7% 정도다. 지난해 누리호 3차 발사로 우리 기술로 제작한 발사체가 우주로 날아갔지만 50년 전 미국이 활용했던 구형 액체로켓에 불과하다.

우주청이 해결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당장 정원이 293명이지만 현재 직원이 110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17개의 간부급 임기제 공무원도 다 채우지 못했다. 아직 청사 인근 인프라와 정주 여건이 열악해 인재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이래서는 세 번째 우주의 기적은 공염불에 그칠 게 뻔하다. 교통·교육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고 주거환경·근무환경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 독립성 확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우주청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여서 부처 간 갈등과 정치 외풍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우주항공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국무총리실 소속이나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바꾸는 게 옳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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