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은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 “이 제도가 시행되면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해외 주식으로 쏠림이 심해지고, 장기 보유할 수 있는 투자를 단기에 처분할 요소가 커진다”고 우려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달 31일 ‘금투세 관련 시장 전문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내 주식에 투자해 이익이 일정 부분 났을 때 손실을 인식해야 세금을 안 내게 되는 상황이다 보니 펀드를 굳이 만기 보유하지 않거나 손실 난 주식을 팔아 과세 대상을 피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금투세 도입이 개인 투자자의 연말정산 환급금 감소와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금융투자 수익이 소득으로 인식돼 10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둔 자녀나 배우자를 부양가족 공제대상에 올릴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 자녀 명의 계좌에서 주식으로 100만원 넘는 수익을 봤다면 부양가족에 따른 환급금이 줄어든다. 금융투자 수익은 건보료 소득 산정 범위에도 포함돼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이 원장은 이런 우려에 “(금투세) 최초 설계 시 깊은 고민이 안 된 거 같다는 지적이 있다”며 “기본공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는 분이 많다는 우려에 (금감원) 내부적으로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금투세 폐지 후 전면 재검토’가 합당하다는 의견인데, 합리적인 주장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분이 있다면 적어도 효과를 분석해 유지되는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간담회에 참석한 몇몇 전문가도 금융상품 과세체계를 합리화하는 금투세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자본시장과 투자자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일부는 금투세 도입이 자본시장에서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에 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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