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친구로부터 절교를 당하자 집을 찾아가 목 졸라 살해한 여고생에게 검찰이 소년범에게 구형할 수 있는 최고형인 20년형을 구형했다.
5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 심리에서 검찰은 A(19)양에 대한 살인 등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을 적용해 소년범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구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1심 구형 형량보다 높다. 검찰은 1심에서 소년법을 적용해 최대 형량인 15년을 구형했는데, 이번에 특강법으로 적용 법리를 변경해 구형량을 상향했다. 검찰은 또 전자장치부착명령 20년(예비적 보호관찰명령 5년)도 구형했다.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당시 18세 미만인 청소년을 사형 또는 무기형에 처해야 할 때는 소년법 제59조에도 불구하고 그 형을 20년의 유기징역으로 할 수 있다.
검찰은 “본 법정에서 새롭게 신문해 확인된 진술과 다수 증거를 종합하면 계획적 범행으로 판단된다”며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곳인 피해자 집에서 생명을 빼앗았기 때문에 중한 형별이 선고돼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 전 가까운 지인에게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송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욕설, 폭언뿐만 아니라 폭행까지도 반복적으로 가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면서 “피고인은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형사 공탁한 것도 유가족들이 거부 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에 형사공탁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해선 안 된다”며 “재범 위험성 상당하고 자기 조절 능력, 충동적 행동 통제력 등으로 볼 때 석방되면 유가족을 해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A양은 최후 진술에서 “하루하루가 힘들고, 절대 잘 지내지 않는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며 “저의 시간은 범행 시간에 멈춰 있다. 아무리 후회하고 반성해도 피해자가 돌아올 수 없다는 게 더 고통스럽다. 바로 잡을 수 있다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돌아가고 싶다”고 울먹였다.
검사의 구형에 앞서 피해자 아버지는 “남아있는 가족들은 지금 헤어날 수 없는 고통과 절망 속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런 시간을 살아야 한다”며 “내가 용서하고 합의를 하면 제 손으로 딸을 다시 죽이는 것과 같다. 1심 형량을 유지해달라”고 항소 기각을 요청했다.
A양은 지난해 7월 12일 정오쯤 대전 서구에 있는 친구 B(18)양의 자택에서 B양을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수사 결과 A양은 2년 전부터 B양과 친하게 지내 왔으나 그 과정에서 폭언과 폭력을 일삼아 학교폭력 대책위에 회부됐고, 2022년 7월 반 분리 조치까지 이뤄졌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월부터 A양이 연락해 다시 만나게 됐다. 당시 학폭위 개최 경위를 묻겠다며 B양에게 연락했고, 다시 괴롭힘이 이어지자 B양은 절교를 선언했다. 그러자 ‘죽일 거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살인죄는 대체 불가능한 인간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이며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회복이 되지 않고 남겨진 유족은 피해자를 만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범행 후 태도도 매우 나쁘며 피해자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해자 언니에게 피해자인 척 연락하는 등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 소년법 법정 최고형인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을 선고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