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기소에도 힘 실릴 것으로 전망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에 공모 및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7일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쌍방울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북비 등을 대신 북한 측 인사에 지급했다는 점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이 같은 징역형과 벌금 2억 5000만원, 추징 3억 2595만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행태에 비춰보면 장기간 뇌물 및 정치자금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지원받았다"며 "피고인은 고위공무원으로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유력 정치인과 사기업 간의 유착관계의 단절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음에도 이러한 기대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외국환거래법 범죄의 경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신중히 해야 하는데, 공적 지위를 활용해 사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했고, 음성적인 방법으로 결국 북한에 자금을 지급하는 범죄를 저질러 외교·안보상 문제를 일으켰다"며 "이는 비록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추진이라는 정책적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수사부터 재판까지 반성하지 않고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엄중한 처벌 불가피하다"며 "약 28년 전 이종 범죄로 벌금형으로 처벌받은 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밝혔다.
이 재판에서 쟁점이 됐던 대북송금의 경우 경기도가 지급해야 할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비를 쌍방울이 대납하려고 했다는 점은 모두 인정됐다.
다만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800만 달러 중 재판부가 해외로 밀반출된 불법 자금으로 인정한 금액은 394만 달러이다.
재판부는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중 164만 달러에 대해서 '관할 세관의 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국외로 수출'한 것으로 인정했으나, 나머지 금액은 "환치기 방법으로 국외로 수출했다는 부분은 지급 수단 휴대수출행위로 볼 수 없어 무죄"라고 판단했다.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 중 범죄 행위로 인정된 액수는 230만 달러이다.
◆法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돈…‘사례금’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이 돈의 목적에 대해서는 "경기도지사 방북 관련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돈이며, 사례금 성격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 일부 유죄 판단 근거로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등 사건 관련자들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만일 피고인의 요청으로 김성태가 대납한 것이 아니라면 쌍방울이 갑작스럽게 대북 사업을 추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성태가 반복적으로 피고인에게 '스마트팜 대납'을 도지사에게 보고했냐고 물었고, 이를 확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번복한 "도지사에게 쌍방울의 대납을 보고했다"는 진술에 대해서는 "이 사건과 무관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성태의 행동 동기로써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만 언급하고 더 이상의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외에도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일부에 대해서도 "킨텍스 대표이사 재직 기간 받은 법인카드 등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정된 뇌물 가액은 2억5900여만원 중 1억763만여원이며, 불법 정치자금은 3억3400여만원 중 2억1831억원이다.
재판부는 이날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 및 정치자금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방용철 부회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성태 전 회장은 해외 도피 중 압송돼 뒤늦게 기소됨에 따라 이 전 부지사와 따로 재판 중이다.
김 전 회장에 대한 대북송금 및 뇌물공여 등 사건 선고는 다음 달 12일 오후 1시 50분에 같은 재판부에서 내려진다.
◆이화영측 “재판부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 거센 반발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재판부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 전 부지사측 김광민 변호사는 이날 선고 후 취재진 앞에서 "오늘 재판부에서 한 말 중 제 귀를 의심하게 한 말이 하나 있는데, '건실한 중견기업 쌍방울 규모의 기업에서 판단했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행위다'라는 말"이라면서 "김성태의 쌍방울이 어떤 기업인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상식적으로 다 알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김성태의 전과기록만 봐도 김성태가 쌍방울에서 내의를 팔아 돈을 번 게 아니라 무슨 짓을 해서 돈을 벌었는지, 과연 김성태가 쌍방울이 건실한 중견기업의 CEO인지 상식만 있어도 알 수 있다"며 "김성태는 정직하고 이화영은 거짓말쟁이다 라는 전제를 깔아놓고 판결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 판결은 존재 사실 자체가 잘못됐다"며 "이미 이번 사건 이전에도 주가 조작 등으로 수사받고 처벌받은 김성태를 가리켜 건실한 중견기업의 CEO라서 그러지 않았을 거다라는 전제를 깔아놓고 한 재판이 어떻게 정당하고 정의로운 재판이냐"고 소리 높였다.
김 변호사는 "이를 전제로 이화영에게 10년에 가까운 형을 선고한 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인정할 수 없고 이 재판부 자체도 인정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김현철 변호사도 "수원지법 형사11부가 그동안 검찰 친화적인 진행으로 봐 이런 결과를 예상하긴 했다"며 "막상 이런 결과를 받으니 대단히 안타깝고 편파적인 증거의 취사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쌍방울이 경기도의 대북사업 대가를 위해서가 아닌 회사 주가를 높이기 위해 북한에 비용을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비슷하게 김성태의 목적은 주가를 높여서 담보대출 여력을 확보하고 그 담보금으로 기업 운영을 하려는 것이 애초 의도"라면서 "쌍방울 대북사업에 대해 이화영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준비하는 특검 입법이 추진돼 사건을 조작한 검사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어설프게 진행된 조작사건의 전말이 밝혀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긴 시간 고생하는 이화영 선배님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이 전 부지사측 가족들과 상의해 항소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세간의 높은 관심…선고 30분 전부터 법정 이미 ‘만석’
이날 판결은 이 전 부지사가 2022년 10월 14일 기소된 지 약 1년 8개월 만이다.
선고를 앞두고 법원 청사 주변에는 이 전 부지사 지지자 50여명과 보수 성향 단체 20여명이 모여 맞불 집회를 열었다.
양 측간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으나, 서로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등 한동안 소란이 이어졌다.
선고 재판이 열린 수원지법 204호 법정은 선고 30분 전 이미 좌석 70여석이 피고인들의 가족과 사건 관계인, 취재진, 일반 방청객들로 모두 찼다.
맨 앞줄에는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등 가족들이 자리해 1시간 20분가량 이어진 선고 내용을 들었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쌍방울 그룹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은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에게 대신 전달해 줬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과 공모해 거액의 달러를 신고와 허가 없이 중국으로 밀반출해 금융제재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또 2018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김성태 전 회장 등으로부터 법인카드 및 법인차량을 제공받고,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3억3400여만 원의 정치자금과 그중 2억5900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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