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는 과연 통곡했을까.
이달 17일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전체 휴진 방침이 알려진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직원 노동조합이 최근 게시한 대자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12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병원 1동 건물 지하 1층 복도 등에는 최근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부착됐다.
지하 1층 복도의 경우 1m 넘는 길이의 대형 대자보가 직원 식당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배치돼 오가는 병원 관계자와 환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붉은색 배경의 대자보 상단에는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 파업 결의를 규탄한다”며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어 하단에는 의사들이 지켜야 할 윤리를 담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를 인용한 글이 담겼다. ‘나는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떤 것도 멀리하겠노라. 내가 이 맹세의 길을 벗어나거나 어긴다면, 그 반대가 나의 몫이 될 것이다’라는 글귀이다.
노조는 이달 10일 병원 건물 5곳에 이처럼 대자보들을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100여명의 조합원을 둔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단일노조로, 서울대병원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와 다르다.
노조에 따르면 17일 예정된 휴진에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만 4곳 이상의 진료과가 동참할 예정이다. 휴진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휴진하려는 과가 늘면서 콜센터 직원들은 온종일 진료 날짜 조정 등 과도한 업무에 내몰리고 있다.
업무 지원 직원과 간호사들이 환자 민원 응대에 나서며 업무 부담이 커지자 노조는 교수 휴진에 따른 진료 변경에 협조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휴진하려면 교수가 직접 환자에게 통보하라는 취지다. 이에 교수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복도를 지나던 환자들과 그 가족은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대자보를 마주했다. 한 60대 여성 환자는 “교수들의 휴진 소식이 이어져 가슴을 졸이고 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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