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배터리 화재 문제, 아직 해결방법 없어”
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화성시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는 진화가 어려운 리튬배터리 특성상 더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업체 공장에는 리튬배터리 3만5000여개를 보관 중이었는데 리튬배터리는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완전연소될 때까지 사실상 진화가 불가능하다.
24일 오전 10시31분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면서 이날까지 사망자 22명, 부상자 8명, 실종자 1명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부터 공장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해 시신이 20여구 발견됐다. 화학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불에 취약한 화학물질이 타면서 피해 규모가 큰 사고가 많았지만, 이번 화재는 특히 불이 난 아리셀 공장 3동 내부에서 폭발이 수차례 이어지면서 화재 진압과 내부 수색 모두 어려움이 컸다.
아리셀은 리튬 일차전지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제조하는 배터리는 거의 리튬이온 방식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차뿐 아니라 휴대전화, 노트북,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배터리를 사용하는 많은 제품에 주로 사용된다.
문제는 리튬이온배터리는 화재 발생 시 진화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크게 양극, 음극, 이를 분리하는 분리막과 전해질로 구성되는데 분리막이 손상될 경우 양극과 음극이 충돌하며 화학반응을 일으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분리막으로 양극재가 만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데, 분리막이 손상돼 양극재가 섞일 경우 발열이 일어나면서 불이 난다. 이런 현상은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라 불린다.
이 현상이 한번 발생하기 시작하면 양극재의 상호반응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심상보 한국소방안전원 대전충남지부 교수는 “이 때문에 배터리 문제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실질적으로 불을 끌 방법은 소화수조에 차량을 담가서 연소 반응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양극재 화학반응으로 화재가 발생하면 사실상 완전연소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리튬배터리가 고온에 취약한 것도 화재 위험성을 높인다. ‘고온 및 단락전류에 따른 리튬배터리의 폭발 및 화재 위험성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고온에서는 리튬배터리 양극재가 파괴되면서 폭발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논문 실험에서 리튬이온배터리는 평균 187도에서 폭발 현상이 일어났다. 이런 탓에 처음에 배터리 하나에서 폭발이 발생했더라도 화재로 주변에 열이 전달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배터리까지 폭발이 이어져 불이 확대될 위험이 크다.
심 교수는 “리튬이온배터리 구조상 배터리 팩이 여러 개 붙어있다면 하나의 배터리에서 양극재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순간 그 배터리 팩 전체로 불이 날 수밖에 없는 형태”라며 “추후 어떤 배터리가 개발될지 몰라도 현재 리튬배터리에서는 화재 문제가 아직 해결방안이 없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공장 근무자는 67명이었다. 사망자 22명 중 20명은 외국인으로 중국 국적 18명, 라오스 국적 1명, 미상 1명이며 나머지 2명은 내국인이다. 소방당국은 “건물 2층에서 대피한 관계자 말에 따르면 배터리 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시작됐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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