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元 ‘탈당’ 羅 ‘연판장’ 거론 맞불
당내선 “비전·정책 대결 안 보여”
국민의힘 7·23전당대회가 “배신자”, “학교폭력 가해자”와 같은 극언이 난무하는 아귀다툼의 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초 전대에서 지난 총선 참패에 따른 민심 회복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당권 주자들이 편 가르기에만 골몰하며 되레 국민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전대 이후 민심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당대표 후보는 1일 여론조사 선두 주자인 한동훈 당대표 후보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캐묻는 네거티브 선거를 벌였다. ‘친윤(친윤석열) 후보’를 자처하는 원 후보가 “한 후보는 민주당원이냐”며 사상 검증을 하는 등 가장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원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는 당대표와 대선 후보 자리를 단숨에 거머쥐려 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 자신을 아끼고 키워준 윤 대통령과 차별화도 불사하겠다고 한다”며 “참으로 나쁜 정치”라고 비난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배신하지 않을 대상은 국민뿐’이라는 발언을 두고도 “뒤집어 말하면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배신, 당에 대한 배신은 별거 아니라는 것으로 들린다”고 적었다.
나 후보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라며 “그런 관계에 있어 신뢰관계가 파탄 났다고 보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한 전 위원장이 왜 윤 대통령과 ‘절연’하게 됐는지 알 것 같다. 한 전 위원장은 자기애가 너무 강한 듯하다”고 질타했다.

한 후보 역시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한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원 후보는 2018년 무소속으로 탈당한 상태에서 제주지사에 나왔고, ‘민주당으로 갈 수도 있다’는 말씀을 했다”며 ‘배신자 프레임’으로 똑같이 맞받았다. 나 후보를 향해서는 지난 3·8 전당대회 당시 ‘연판장 사태’를 겨냥하며 “나 후보는 그때 일종의 학폭 피해자셨는데 지금은 학폭의 가해자 쪽에 서고 계신 거 같다”고 꼬집었다.
당권 주자들의 상호 비방전이 가열되자 당내에선 우려 목소리가 분출했다. 국민의힘 이용구 윤리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상당히 우려스럽다. 상호 비판은 할 수 있어도 비방은 안 된다”고 말했다. 김영우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제 살 깎아먹기식의 전대가 되고 있다. 비전이나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굉장히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