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중도, 극우에 맞서 속속 후보 단일화
프랑스 하원의원 총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 세력이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우려를 표하며 ‘2차 결선투표에선 상황이 바뀌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역내 1, 2위의 경제대국으로 나란히 EU를 이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에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극우 정당에 반대하는 좌파와 중도 정당 간의 후보 단일화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결과에 대해 “암울하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소속이다. 로이터는 “숄츠 총리가 프랑스의 정치 세력들 가운데 어디를 선호하는지 분명한 입장을 밝힌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1차 투표 결과 득표율은 극우 국민연합(RN)이 33.15%, 좌파 신인민전선(NFP)이 27.99%,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집권당이자 중도 성향인 르네상스가 20.76%로 각각 집계됐다. 숄츠 총리의 발언은 1위를 한 RN이 결선투표에서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해 결국 집권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숄츠 총리는 프랑스를 일컬어 “내가 무척 사랑하고 감사하게 여기며 또 내게 너무나 의미가 큰 나라”라고 지칭했다. 이어 “우파 포퓰리즘 정당이 이끄는 정부 구성을 막는 데 있어서 행운이 따르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좌파와 중도가 힙을 합쳐 극우 세력의 원내 과반 확보를 저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결선투표에서 RN이 하원의 과반 다수당이 되면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가 총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이 경우 프랑스는 2002년 이후 22년 만에 여당 소속 대통령과 야당 소속 총리가 함께 나라를 이끄는 동거정부(cohabitation)가 출현한다. 총리가 사실상 국정 운영을 주도하면서 마크롱은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마크롱과의 협력을 토대로 EU에서 강한 리더십을 행사해 온 숄츠 총리의 입지도 타격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1차 투표에서 나타난 좌파와 중도의 지지율을 더하면 거의 49%에 육박해 30%대에 머문 RN을 압도한다는 점이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각 지역구에서 좌파와 중도 간에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RN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RN이 하원 의석 과반을 차지해 집권하는 시나리오는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실제로 오는 7일 예정된 결선투표에 앞서 각 지역구에서 후보 사퇴가 잇따르고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1차 투표 때 좌파 후보가 2위를 차지한 지역구에선 3위에 그친 중도 후보가, 중도 후보가 2위를 기록한 지역구에선 3위로 처진 좌파 후보가 각각 물러남으로써 RN에 맞서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집계에 의하면 벌써 200명가량의 후보가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이에 RN도 위기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프랑스 하원은 총 577석으로 289석 이상을 확보해야만 과반 다수당으로서 집권할 수 있다. 마린 르펜 전 RN 대표는 이날 “만약 우리가 270석 확보에 그친다면 (과반을 채우기 위해) 의원 19명을 더 데려오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우파 정당들을 향해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의 문이 열려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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