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제공에 통화·유튜브 시청까지
“버튼서 감성적 터치…스마트홈 구현”
올해 흥행 돌풍을 일으킨 삼성전자의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는 7인치 스크린으로 유튜브를 볼 수 있다. 향후 갤럭시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 통역 전화 기능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굳이 왜?
세탁실에 갇힌 고객의 지루함을 달래주거나 세탁건조기가 고장이 나 콜센터에 전화했을 때 상담원이 외국인일 경우를 가정해 7인치 스크린을 넣진 않았을 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3일 경기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7인치 스크린 개발 실무를 총괄한 삼성전자 DA사업부 사용자경험(UX)팀 나누리 그룹장을 만났다.
나 그룹장은 7인치 스크린으로 모든 가전이 연결되는 스마트홈을 꿈꿨다. 나 그룹장은 “집에서 늘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진 않다. 스마트폰 없이 세탁실에 갔을 때 전화가 오면 세탁기로 전화를 받고, 주방에서 요리하던 중 누가 집에 찾아오면 인덕션으로 누군지 확인하고 원격으로 문까지 열어줄 수 있다”며 “이런 기능을 구현하려면 세탁건조기와 인덕션에도 7인치 스크린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 제어용으로만 7인치 스크린이 개발된 건 아니다. 필요한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점도 7인치 스크린의 특징이다. 나 그룹장은 “세탁건조기의 경우 단순히 세탁 모드 선택을 넘어서 남은 세제량, 세탁 실행으로 소요된 전력량, 통세척까지 남은 세탁 권장 횟수 등을 디스플레이를 통해 알려준다. 이런 정보 전달은 기존 다이얼 등 물리적 버튼만으론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7인치 스크린은 인공지능(AI)과 함께 삼성전자 생활가전의 양대 전략인 ‘스크린 에브리웨어’를 실천하는 핵심 수단이다. 집안 어디서든 타 가전을 손쉽게 제어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멀티 디바이스 경험으로, 사용자가 필요로하기도 전에 가전이 알아서 필요한 기능과 정보를 제공하는 ‘캄테크’ 구현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비스포크 AI 콤보와 애니플레이스 인덕션, 북미에서 출시된 슬라이드인 레인지 등에 탑재됐고 향후 적용 가전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나 그룹장은 7인치 스크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나 그룹장은 “UX팀에서 9년간 일하면서 신제품을 낼 때마다 국내외에서 사전 평가 테스트를 진행해왔다”며 “역대 테스트와 비교하면 7인치 스크린이 들어간 제품들이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가전에 7인치 스크린을 넣기로 결정하기까진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나 그룹장은 “가전 시장은 보수적이다. 기존 가전제품은 오랜 기간 전통처럼 다이얼 등 직관적인 물리적 버튼 위주의 UX가 주를 이뤘다. 스마트폰과 비슷한 터치 기반의 UX를 도입하는 건 업계에서 꽤 큰 변화”라며 “디스플레이가 생기면서 고려해야 할 디자인적인 요소도 대폭 늘었다. 필요한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더 친절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쉬운 사용성을 확보하면서 스크린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감성적인 터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나 그룹장은 7인치 스크린으로 바뀔 미래의 집안 풍경을 그려냈다. 그는 “궁극적으론 가전이 사용자별로 맞춤형 정보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아침에 일어난 할머니가 주방에 다가가면 냉장고나 인덕션에서 몇시에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정수기는 복약에 필요한 물양과 온도를 알아서 설정한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 하교해 주방에 다가가면 간식이 있다는 엄마의 메시지가 인덕션의 디스플레이에 뜨고, 오븐이 알아서 간식을 데우기 시작한다. 이어 남편이 먼저 퇴근해 인덕션 근처에 가면 아내가 남편에게 남긴 메시지를 띄우는 식”이라고 말했다.
왜 7인치일까. 나 그룹장은 “2인치부터 8인치까지 다양한 크기를 비교한 결과 어린이부터 고령자까지 누구나 사용 가능한 AI홈을 구현하려면 글자 크기 등을 고려했을 때 7인치가 최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AI홈은 7인치 스크린에 나타나는 대시보드로, 기존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가 스마트폰을 통한 가전 제어에 특화됐다면 AI홈은 집 안 어디서든 집과 관련된 모든 일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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