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감동적” 소감 밝혀
정치인으로 변신한 밴스에 대해선
“우파 포퓰리즘의 광신자” 맹비난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2016)의 저자 J. D. 밴스 미국 상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발탁된 가운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과거 밴스에 매료되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16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지난 2023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밴스의 자전적 에세이 ‘힐빌리의 노래’에 대한 감상을 밝혔다. 당시 그는 이 책을 “삶의 출발 조건이 좋지 않았던 젊은이가 어떻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는지에 대한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규정하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명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힐빌리란 캐나다에서 시작해 미국 동부를 거쳐 남부로 이어지는 애팔래치아 산맥 오지에 사는 가난한 백인 노동자를 일컫는 말이다. 1984년 오하이오주(州)의 시골에서 태어난 밴스도 힐빌리였다. 부모가 이혼하고 어머니는 마약에 중독되며 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자랐다. 밴스는 고교 졸업 후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는데 이는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였다. 5년에 걸친 해병대 복무 기간 이라크전쟁에 참전하기도 한 밴스는 전역 후 오하이오 주립대를 거쳐 명문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 ‘개룡남’(개천에서 태어나 용이 된 남자)인 셈이다. ‘힐빌리의 노래’는 그런 밴스의 자서전에 해당한다.
그런데 숄츠 총리는 밴스가 미국 정계에 입문한 뒤 그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힐빌리의 노래’를 펴낸 2016년만 해도 트럼프를 강력히 비판했던 밴스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공화당 후보이던 트럼프의 열혈 지지자로 돌아섰다. 2022년 고향 오하이오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이후로는 미 정가에서 ‘리틀 트럼프’로 불릴 만큼 철저히 트럼프의 입장을 대변했다. 트럼프가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를 “트럼프의 복제인간”이라고 부르며 비난을 퍼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숄츠 총리는 “밴스가 나중에 취한 입장이 비극적이란 점을 깨닫게 됐다”며 “그는 이제 트럼프의 지지를 얻기 위해 우파 포퓰리즘의 열정적 신봉자로 변신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그는 ‘힐빌리의 노래’라는 밴스의 저서 자체를 놓고서는 “현대의 진보적 사회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나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밴스는 틀렸으나 그의 책은 일독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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