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운전을 하다 차량 4대를 들이받고 도주한 40대가 음주 사실을 시인했지만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으면서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19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 39분쯤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 인근 5·16 도로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쏘나타 승용차량을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승용차 3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사고가 나자 잠시 멈췄던 A씨는 이내 파손된 차를 몰고 달아나다가 또다시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간선버스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등 3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한때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두 번째 사고를 내고 하차한 A씨는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경찰과 소방 당국이 출동하기 전 차량을 놔둔 채 인근 수풀 속으로 달아났다.
그는 이튿날인 11일 오전 8시 20분쯤 사고 현장에서 약 13㎞ 떨어진 제주시 양지공원 인근 도로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당초 A씨는 1차 조사에서 음주 의혹을 부인했지만, 조사가 진행되자 “사고가 발생한 날 점심때 식당에서 반주로 소주 4∼5잔을 마셨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해당 식당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A씨가 여러 차례 술을 마신 영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으면서 음주운전 혐의는 끝내 적용되지 않았다.
경찰이 사건 발생 약 13시간 40분 만에 긴급체포해 진행한 음주 측정에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로 나왔다.
경찰은 곧장 채혈을 진행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여기서도 음주 수치는 검출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려면 반드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해야 한다.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기법도 있지만, 역추산할 최초 수치가 필요해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은 이번 경우에 적용하기 어렵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버스를 충돌한 두 번째 사고는 기억나지만, 첫 번째 사고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무면허인 채로 사고를 내 두려워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피의자가 음주를 시인했어도,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으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며 “다만 증거 기록에 A씨 음주 사실을 기재했다”고 말했다. 음주 수치와 함께 진행한 약물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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