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외교수장인 주제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에 대한 항의의 일환으로 다음달 헝가리가 EU 순회의장국 자격으로 개최하는 ‘비공식 외교장관회의’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22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보렐 고위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가 끝난 뒤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열리는 차기 외교·국방이사회(장관급 회의)를 브뤼셀에서 소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다수 회원국이 헝가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면서 ‘상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렐 고위대표가 언급한 비공식 외교장관회의는 6개월 임기의 순회의장국이 관례로 여는 행사로 EU 27개국을 대표하는 조직인 이사회 주최로 벨기에 브뤼셀이나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공식 외교장관회의’와는 별개다.
지난 15일 폴리티코는 복수 EU 소식통을 인용해 보렐 고위대표가 헝가리 주최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같은 날 외교장관회의를 별도 소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일부 회원국에서 우려를 표명하자 보렐 고위대표 측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으나, 이날 회의를 거쳐 보이콧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5일 ‘평화 사절단’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조건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논의하겠다며 모스크바를 방문한 바 있다. 헝가리가 EU 이사회 7월 순회의장국을 맡은 지 며칠 만으로 특히 오르반 총리가 자신이 EU를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해 회원국들 사이에 큰 파장이 일었다.
이에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향후 헝가리가 주최하는 비공식 이사회에 국무위원에 해당하는 집행위원 대신 고위 공무원이 참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의회도 17일 통과된 우크라이나 지원 유지 약속을 담은 결의안을 통해 “오르반 총리의 이번 러시아 방문을 성실한 협력 원칙을 포함한 EU 조약과 공동 외교 정책에 대한 노골적 위반으로 간주한다”고 비난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