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은 돌아가라”, “너희들 때문에 도시가 죽어 간다”, “주민들이 쫓겨나고 있다”. 지난 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민 3000여명이 도심에서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유명한 호텔·식당 앞을 가로막았고, 일부 시위대는 식당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던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기도 했다. 당황한 관광객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간 23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소음·쓰레기·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임대료가 치솟아 정작 시민들이 살 곳이 없어졌다는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기피하는 ‘안티투어리즘(Antitourism)’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안티투어리즘은 수용 가능한 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일상을 침해하는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해 나타난 현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0년대 후반만 해도 안티투어리즘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같은 유럽 일부 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엔 스페인, 프랑스, 일본 등으로 퍼지고 있다.
유명 도시들은 ‘관광세(稅)’ 인상 등 고육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 세계 최초로 당일치기 관광객에 하루 5유로(약 7500원)의 도시 입장료를 도입한 베네치아는 내년부터 두 배로 올리기로 했다. 바르셀로나도 크루즈 기항 관광객에게 물리는 하루 7유로의 세금을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기록적인 엔저로 외국인 관광객이 폭증한 일본은 ‘숙박세’ 같은 징벌적 조처를 하고 있다. 홋카이도 지사는 지난 3일 “2026년 4월부터 숙박세를 받겠다”고 했다. 야마나시현은 이달부터 대표 관광지인 후지산 입장료를 1000엔(약 8800원)에서 3배나 인상하고 입장객도 4000명으로 제한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서울 종로구는 내년 3월부터 삼청동·가회동 일대에서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관광을 금지하기로 했다. 관광객들도 자제해야 하지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쓰레기 줍기, 자전거 이용, 농가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관광객에게 무료 박물관 투어, 카약 대여 등 혜택을 주는 덴마크 코펜하겐시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관광객과 주민 모두를 만족하게 할 해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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