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세 일괄 개편하는 내용을 포함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이 심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비롯한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에 야당이 부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는 데다 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 정부는 폐지 방침을 밝혔지만 민주당은 부분 손질을 강조하고 있어 세법 개정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8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14일 간의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15개 세법개정안(내국세법 12개·관세법 3개)을 제출할 예정이다. 세법은 국회 기재위 법안심사를 거쳐 연말 국회에서 예산부수법안으로 일괄 처리된다.
이번 정부의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논쟁적인 세목은 상속세다. 정부는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포인트 인하하면서 ‘30억원 초과 50% 세율’ 구간을 없앴다. 또 최저세율(10%) 과세표준 상한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다. 최고세율 인하를 두고 야당에서는 초고소득자에 혜택이 집중된 조치인 데다 소득세 최고세율(45%) 상한보다 낮아지는 점 등을 들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민주당 위원들은 성명에서 “상위구간 과표를 조정하고 세율을 40%로 낮추는 게 대체 서민·중산층과 무슨 관계인가”라며 “주택값 상승으로 상속세부담을 염려하는 중산층의 마음을 역이용해 엉뚱하게 거액 자산가 부담을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는 과표인 30억 초과의 경우 이 구간에 해당되는 이들은 약 2400명에 불과하다.
자녀공제를 5억원으로 인상하는 것 역시 정부안이 변경될 여지가 있다. 정부는 현재 1인당 5000만원에 불과해 거의 사문화된 자녀공제를 1인당 5억원으로 대폭 높이기로 했다. 반면 민주당은 현행 5억인 일괄공제를 10억까지 올리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초거액 자산가들의 영역인 ‘최대주주 보유지분 할증평가’ 폐지안, 가업상속공제대상을 ‘매출액 5000억원 미만’에서 ‘중견기업 전체’로 확대하고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우수기업에도 가업상속공제를 늘리겠다는 세법개정안도 현실화 여부가 불투명하다. 기업의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에 대한 당근책인 ‘주주환원 촉진세제’도 마찬가지 이유로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대규모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들이 집중적인 수혜를 보게 된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오너들 스스로 고배당으로 자기 주머니를 채우면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고, 다시 이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세까지 줄여주겠다는 것”이라며 “명칭을 ‘대주주 탐욕 촉진세제’로 하는 게 맞다”고 정면 비판했다.
금투세도 뇌관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정부·여당이 금투세 폐지 입장을 공식화한 가운데 야당에서는 부분 손질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최근 ‘5년간 5억 면세’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대기업 사주를 비롯한 초거액 자산가들의 금융소득에는 과세하되, 개미투자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자는 취지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소득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에 대해 포괄적으로 과세하는 것으로, 국내 상장주식은 5000만원 그 외 금융상품은 250만원 공제한다. 최종 납부세액은 과표가 3억원 이하면 20%,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5%를 적용해 산출한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최근 라디오에서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며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손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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