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강진 등 최저 28도 기록
강원 대관령도 23.1도까지 올라
장마 곧 공식종료… 본격 불볕더위
29일 낮 최고기온 36도 ‘한증막’
올여름 장마가 막바지에 다다르며 전국 곳곳이 역대 7월 중 가장 무더운 밤을 보낸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와 경남·전라권에서는 28일 오전 최저기온이 28도를 기록하는 등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반도에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도 펄펄 끓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열대야를 겪었다. 제주와 경남 창원, 전북 정읍, 전남 강진 등에서는 새벽까지 최저기온이 28도 이상을 기록해 기상관측 이래 7월 일 최저기온 최고치를 경신했다. 열대야는 오후 6시~이튿날 오전 9시 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들 지역에선 밤사이 잠들기 어려운 정도의 더위가 찾아온 것이다.
중부지방에서도 일 최저기온 최고치 경신이 이어졌다. 경기 파주(26.7도)와 인천 강화(27.3도), 충남 서산(27.6도), 울릉도(27.9도)에서도 잠들기 어려운 기온을 보였고, 연중 선선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 대관령에서도 일 최저기온 23.1도를 기록했다.
올 들어 이달 25일까지 열대야를 겪은 전국 평균은 4.9일이다. 평년(1991~2020년 평균) 같은 기간의 평균인 1.8일보다 2.7배가량 많은 것이다. ‘역대급’ 무더위를 겪었던 2018년의 동기 평균 4.1일보다도 길다.
2018년 여름의 경우 한반도 주변 대기 상층에 티베트고기압이 자리하고 중·하층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위치하며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됐는데, 올해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현재 한반도 상공은 티베트고원에서 남하한 대륙 고기압과 남쪽에서 올라온 북태평양고기압이 뒤덮고 있다. 대기 상공을 뒤덮은 고기압은 지표면의 열기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고 있다. 여기에 뜨겁고 건조한 티베트고기압과 태평양의 습기를 머금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충돌하면서 시시때때로 비를 뿌리고 있다. 장맛비가 그친 뒤 ‘한증막 더위’가 이어지는 이유다.
조만간 장마가 공식 종료되면 한반도에는 더욱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9일과 30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이 각각 22~29도와 23~29도일 것으로 예보했다. 수도권과 강원 일부에 비 예보가 있으나 더위를 식혀주지는 못할 전망이다. 낮 최고기온은 각각 28~36도와 29~35도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찜통더위는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기후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는 22일 전 세계 지표면의 평균 온도가 17.15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C3S가 1940년 기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하루 전인 21일 17.09도를 기록하며 종전 최고 기온인 17.08도를 넘어섰는데, 하루 만에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온열질환자도 폭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 동안에만 전국에서 25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5월20일부터 발생한 전체 온열질환자(889명)의 28.4에 해당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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