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에 기밀 저장해 빼돌린 듯
방첩사 “고의 유출” 구속영장 청구
요원 신분 외부 노출 땐 신변 위협
해외 휴민트 정보망 와해 불가피
군 당국 “수사 진행 중” 말 아껴
해외·대북 군사정보 수집과 첩보를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첩보요원 신상 등 기밀 정보가 유출된 것과 관련, 고의적인 정보 유출에 한층 무게가 실리고 있다.
29일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국군방첩사령부 등은 해당 군무원 A씨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사는 정보사 비밀(블랙) 요원 등의 개인정보를 비롯한 2·3급 기밀이 새어나간 정황을 확인,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를 지난달 입건해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면서 수사를 해왔다. 정보사는 방첩사 수사 전까지는 기밀 유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방첩사 측은 “지난달쯤에 (기밀 유출 정황을) 사전에 먼저 인지해서 수사를 시작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A씨는 올해 들어 개인 노트북에 있었던 블랙 요원 관련 정보와 부대원 현황 등의 기밀 자료를 출력해서 중국 동포에게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파일을 받은 중국 동포가 북한 정보원 또는 북한과 연계된 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럴 경우 기밀 사안이 북한에 넘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북한과의 연계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직무배제된 A씨는 노트북이 해킹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와 군 내부에선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많다. 정보 소식통은 “그 자료 자체가 노트북에 있으면 안 되는 자료”라며 “(A씨 주장은) 처벌을 적게 받으려고 이야기하는 것뿐이고, 실제론 누군가에게 포섭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크다. 군 관련 수사 경험을 지닌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그대로 나올 사안”이라며 “증거인멸 우려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A씨에 대한 처벌과 별개로 우리 군의 정보활동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요원의 신상이 드러났을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모든 정보수집 활동을 중단하고 철수하거나 은신하는 방법을 사용해 요원들을 보호한다. 정보사도 해외에 파견된 현직 요원의 신분 노출 위험을 우려, 상당수 요원을 귀국시키고 대외 활동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철수나 은신을 통해 요원의 안전은 지킬 수 있지만, 현지에서 요원들이 구축한 정보망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현지에서 신뢰성을 갖춘 정보망을 구축하기까지는 최소 수년이 걸린다. 이번 유출 사건이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과 관계없이 현지에서의 정보 공백에 따른 문제와 요원의 신상 공개 등을 놓고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요원들의 신상 관련 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발생해 파장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지만, 군 당국은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방첩사는 이날 오후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수사진행상황에 대해선 적절한 시점에 언론에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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