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가성 장폐색 등 추정 소견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30대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은 “건강 상태가 나빠진 환자를 병원이 방치해 숨지게 했다”며 지난달 유기치사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해당 의료진 6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29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오전 3시30분쯤 부천 모 병원에서 30대 여성 A씨가 사망했다. 이곳은 여러 방송에 출연한 유명 정신과 의사 B씨 형제가 운영 중으로 A씨는 그간 지나치게 복용하던 다이어트약을 끊고자 입원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배변 활동에 어려움을 겪으며 반복적으로 복부 통증을 보였고, 사망 전날에는 극심한 복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가성 장폐색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장의 운동이 비정상적으로 느려지거나 멈추는 기능적인 장애 탓에 숨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병원 측으로부터 폐쇄회로(CC)TV 하드디스크와 진료 기록 등을 임의제출 형태로 확보했다. 영상에는 A씨가 격리실에서 배를 움켜쥔 채 문을 두드리자 간호조무사와 보호사가 다급히 들어왔다. 서둘러 안정제를 먹인 뒤 손발과 가슴을 침대에 묶는 강박 조처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른바 ‘5포인트 강박’이 이뤄졌다.
두 시간 뒤 배가 부풀어 오른 A씨가 코피를 흘리고 숨을 헐떡이자 결박은 풀렸지만 별다른 조처는 없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 의식을 잃었고 끝내 숨졌다. 유족 측이 지난달 중순 경찰서에 낸 고소장에는 “복부 팽창으로 배변 관리가 소홀해지고 피해자가 이를 원인으로 소란을 일으키자 안정실에 감금한 뒤 오히려 향정신성 병약을 복용시켰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A씨가 만성변비 환자인 데다 계속 복통을 호소한 게 아니어서 장폐색을 의심하기 어려웠으며, 사고 당일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한 상황이다. 경찰은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각각 조사한 뒤 의료전문기관 자문을 거쳐 병원 측 행위가 이번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CCTV 디지털 포렌식 결과, 고의적인 삭제 정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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