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빅3’으로 불리며 20여년간 세계를 호령해왔던 ‘무결점의 사나이’ 노바크 조코비치(2위·세르비아)와 ‘흙신’ 라파엘 나달(161위·스페인)이 2024 파리 올림픽 무대에서 만났다. 둘은 2006년 첫 대결을 펼친 이래 18년간 총 59차례 맞대결을 펼쳐 30승29패로 조코비치가 딱 1경기를 더 이겼다.
둘의 60번째 맞대결이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성사됐다. 경기 결과는 조코비치의 2-0(6-1 6-4)완승이었다. 조코비치는 이어 열리는 마테오 아르날디(45위·이탈리아)-도미니크 쾨퍼(70위·독일) 경기 승자와 16강에서 만난다.
이날 조코비치와 나달의 경기는 이번 파리 올림픽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톱 시드를 받은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 단식 최다 우승 기록(24회)을 보유하고 있다. 나달이 22회로 조코비치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라있다.
이날 경기가 펼쳐진 스타드 롤랑가로스만 따지면 나달의 우위다. 클레이코트의 황제로도 불리는 나달은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만 무려 14번 정상에 오른 선수다.
1986년생 나달과 1987년생 조코비치 모두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둘 중 한 명만 16강에 오를 수 있게 된 대진표가 팬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다만 조코비치는 6월 초 프랑스오픈 8강을 앞두고 무릎 부상으로 기권한 뒤 수술대에 올라 오른쪽 무릎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나왔고, 나달 역시 부상 때문에 지난해부터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경기는 맞대결이 주는 의미와는 달리 싱거웠다. 조코비치는 무릎 수술을 받고 한 달만에 복귀한 윔블던에서도 제 몸상태가 아님에도 결승에 오를 만큼 여전히 기량이 세계 정상급이다. 반면 나달은 지난해부터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조코비치는 1세트를 불과 39분 만에 6-1로 끝냈고, 2세트 역시 초반 4-0으로 달아나며 비교적 손쉽게 16강 진출 티켓을 가져왔다.
프랑스 팬들은 경기 흐름이 일방적으로 되자 '나달'을 연호하며 응원하기도 했다. 약자에게 힘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도 있었고, 스타드 롤랑가로스에는 2021년 나달의 동상이 세워지는 등 이 코트의 주인공은 나달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나달이 2세트 0-4에서 내리 4게임을 따내 4-4 동점을 만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팬들의 응원이 나달 추격의 원동력이 된 듯했다.
그러나 나달은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브레이크 포인트 세 번의 위기는 잘 넘겼으나 네 번째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조코비치의 네트 앞에 떨어지는 드롭샷을쫓아오지 못해 결국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나달은 올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단식을 석권한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한 조로 출전한 남자 복식에서는 16강에 올라 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조코비치와 나달의 상대 전적은 조코비치가 31승 29패로 우위를 지켰다. 올림픽에서 조코비치는 2008년 베이징 대회 단식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반면 나달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단식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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