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의대 졸업생 10명 중 6명이 수도권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의 경우 3명 중 1명만 해당 지역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조사돼 지역 의료를 살리려면 비수도권 의대생이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수도권대 졸업생도 수도권에서 취업
3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의학계열 학과 졸업생 중 상세 취업정보가 확인된 2633명의 60.7%(1599명)가 수도권에 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지역 취업자만 47.4%(1249명)에 달했다.
분석대상자 중 수도권 의대 졸업생은 35.1%(923명), 서울 지역 의대 졸업생은 30.8%(810명)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졸업생 중 상당수가 졸업 지역을 떠나 서울 등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취업 비율은 2018년 55.0%에서 2019년 57.9%, 2020년 59.0%까지 늘다가 2021년 57.9%로 떨어졌으나 2022년 다시 전년보다 2.8%p 올랐다.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1710명) 중에서도 10명 중 4명(43.2%·738명)이 수도권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울산 대학 졸업생은 79.5%, 강원 대학 졸업생은 70.5%가 수도권에 취업했다. 이어 ▲강원 70.5% ▲충남 61.5% ▲전북 45.8% ▲광주 37.9% ▲경북 35.8% ▲경남 35.7% ▲대전 35.6% ▲충북 32.6% ▲부산 29.0% ▲대구 28.7% 순이었다.
비수도권 의대생의 서울 취업 비율은 31.6%(540명)로, 역시 울산(79.5%)이 가장 높았다. 울산대의 교육병원이 서울(아산병원)에 있는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강원 41.4% ▲충남 36.9% ▲대전 32.7% ▲충북 32.6% ▲전북 31.6% ▲경북 31.2% ▲광주 26.8% ▲대구 25.3% ▲부산 24.4% ▲경남 22.7%로 집계됐다.
◆비수도권 10곳 중 6곳 ‘수도권행’ 심화
이 같은 수도권 쏠림 현상은 많은 지역에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비수도권 10곳 중 6곳은 3년 전보다 수도권 취업 비율이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의 경우 졸업생의 수도권 취업 비율은 2019년 21.7%에서 2022년 37.9%로 16.7%p 늘었다.
이밖에 ▲경북 12.6%p(23.2%→35.8%) ▲강원 10.2%(60.3%→70.5%) ▲충북 6.6%p(26.0%→32.6%) ▲대구 6.5%p(22.2%→28.7%) ▲충남 1.8%p(59.7%→61.5%)도 수도권으로 간 졸업생 비율이 올랐다. 3년 전보다 수도권 취업 비율이 떨어진 곳은 ▲부산(38.9%→29.0%) ▲대전(43.8%→35.6%) ▲전북(47.2%→45.8%)뿐이었다. 울산(79.5%)은 3년 전과 수치가 같았다.
경남의 경우 2019년 통계는 없고, 2020년(47.9%)과 비교하면 2022년 수도권 취업 비율(35.7%)은 12.2%p 내려간 것으로 집계됐다. 의대가 없는 세종·전남과 제주는 분석에서 제외됐다.
◆비수도권 의대생의 37.9%만 지역에 남아
비수도권 대학 졸업생 중 대학이 있는 지역에 취업한 사람은 3명 중 1명(37.9%)뿐이었다. 특히 경북은 졸업생 중 경북에 취업한 사람은 3.7%에 그쳤다. 이어 ▲울산(12.8%) ▲강원(20.3%) ▲경남(26.6%) ▲충남(33.6%) ▲전북(40.6%) ▲광주(44.7%) ▲부산(47.0%)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 지역 대학 졸업생은 86.7%, 인천 대학 졸업생은 81.4%가 졸업 지역에서 취업했다. 경기는 이 비율이 48.6%로 다른 수도권 지역보다 적었는데, 졸업생 중 44.3%가 인천에 취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기 대학 졸업생 중 비수도권에 취업한 비율은 1.4%에 그쳤다. 서울 대학 졸업생 중 7.2%, 인천 대학 졸업생 중 7.0%만 비수도권에 취업했다.
졸업생이 많이 빠져나간 비수도권 지역은 신규 의사 유입도 적었다. 2022년 졸업생 중 울산에 취업한 사람은 0.8%(20명)에 불과했고, ▲경북 (1.1%) ▲충북(1.4%) ▲강원(2.0%) 등도 비율이 낮았다.
◆비수도권 정원 늘리는 것만으론 한계
정부는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 2025학년도부터 비수도권 의대 정원을 늘리고 신입생의 상당수를 지역인재전형으로 뽑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의대 신입생 정원은 2023명에서 3662명으로(단 2025학년도는 3171명 모집) 81.0%(1639명)나 늘고, 전체 의대생 중 차지하는 비율도 66.2%에서 72.4%로 올랐다.
비수도권 대학은 의대 모집인원의 60% 이상을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인 지역인재전형으로 뽑는다는 계획이어서 기존에 1000여명 수준이었던 지역인재전형 신입생은 향후 2000명 이상(2025학년도 1913명)이 될 전망이다.
다만 교육계에선 단순히 비수도권 의대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수도권 쏠림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비수도권 의대생이 졸업 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지역에 남을 의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의대 졸업 후 일정 기간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반드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가 거론된다. 또 비수도권 의대 중 교육·실습을 수도권 병원에서 하는 ‘무늬만’ 지역 의대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울산대와 가톨릭관동대(강원), 한림대(강원), 건국대 글로컬(충북), 순천향대(충남) 등 비수도권 사립 의대 중 상당수가 수도권 병원에서 교육을 한다.
이들 대학 학생은 1∼2년만 본교에서 수업을 듣고 수도권으로 떠나는 구조여서, 전공의 수련과 취업도 수도권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선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이 지역에 남고 싶어도 대형병원 등이 부족해 취업 자리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백 의원은 “의료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지만 윤석열정부는 어떻게 의료인력을 배치·관리·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없이 의대 증원만 밀어붙이고 있다”며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 지역 의대 출신 의사들의 지역 정주 여건 마련 등 지역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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