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하는 중국 팀과 경기하며 많이 배웠습니다. 다음엔 금메달을 따기 위해 훈련을 더 하겠습니다.”
북한 탁구 대표팀의 리정식(24)과 김금용(23)은 국제대회 출전 이력이 없어서 세계랭킹이 아예 없었다. 그 누구도 리정식과 김금용을 주목하지 않았지만, 이들은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16강전부터 대파란을 일으켰다. 세계랭킹 2위의 하리모토 도모카즈-하야타 히나 조(일본)를 4-1로 제압한 것이다. 이후 8강에서는 스웨덴의 강자 크리스티안 카를손-크리스티나 칼베리 조(9위·스웨덴) 4-1로 눌렀고, 준결승에서는 홍콩의 세계 4위 웡춘팅-두호이켐 조를 접전 끝에 4-3으로 누르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 상대는 남녀 단식 세계랭킹 1위이자 혼합복식 세계랭킹 1위인 왕추친과 쑨잉사의 중국. 리정식과 김금용은 상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두 게임이나 따내는 등 선전했지만, 2-4로 패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리정식과 김금용의 은메달은 2016 리우 이후 8년 만에 하계 올림픽 무대에 돌아온 북한의 2024 파리에서의 첫 메달이다. 북한은 2020 도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선수를 보내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로 2022년 말까지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북한 탁구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수확한 것은 2016 리우에서 여자 단식의 김송이가 따낸 동메달 이후 8년만이다.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스쳐지나갔던 리정식과 김금용은 공식 기자회견에는 중국 선수들과 함께 참석했다.
과묵한 성격의 리정식은 ‘어디에서 훈련을 했느냐’는 질문에 “조국에서 훈련했다”라고 짧은 답만 내놓은 뒤 기자회견 내내 침묵을 지켰다. 반면 김금용은 리정식에 비해 소감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전해줬다. 그는 “처음으로 국제경기에 나와서 올림픽에 참가하니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면서 “세계에서 1등하는 중국팀과 경기를 해보니 많이 배우기도 했다. 훈련을 더 잘 해서 다음번엔 금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이어 “오늘 중국팀과의 경기를 비슷하게 한다고 했는데, 세계적인 팀이다보니 마지막에 모자라서 이기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시상식에서 리정식과 김금용은 동메달을 따낸 임종훈, 신유빈과 나란히 시상대에 서서 셀카를 찍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과 시상대에 서보니 어땠는지, 경쟁심을 느끼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엔 김금용은 “그런건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기자회견장을 찾은 북한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리정식과 김금용은 지난 5월 중국 국내 대회에 초청받아 중국 선수들과 경기를 펼쳤다. 북한 대표팀 관계자는 “우리 대표팀이 공식적으로 간 건 아니다. 초청받아서 김금용, 리정식이 중국 선수들과 경기를 하고 왔다”고 전했다. 이 사실을 아는 중국 기자들은 이때 얻은 경험이 이번 은메달 획득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집중적으로 묻기도 했다.
기자회견 초반 사회자가 북한을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지칭하자 북한 대표팀 관계자가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가 고치겠다고 받아들였고, 이후 사회자는 북한을 ‘디피아르 코리아’(DPR Korea)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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