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이 한창인 이때 스포츠 화제의 초점은 당연히 올림픽 전사들에 맞춰져야 하지만 이례적인 뉴스가 있다. 홍명보 신임 축구국가대표 감독이다. 선임 발표 직후 유럽으로 떠나 코치를 물색하고 귀국한 그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달 7일 대한축구협회가 울산HD 사령탑이던 홍 감독을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발표한 뒤 그는 동네북이 됐다. 특히 유튜브를 비롯한 SNS상에서 홍 감독을 향한 비판의 수위가 높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선정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가 공식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고 몇몇 인물이 결정했다는 과정의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배신자론’이다. 그를 지지해 왔던 울산HD 팬들이 돌아선 것은 충격적이기도 하다. 팬들은 지난봄 홍 감독이 ‘국가대표감독으로 가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뒤집고 팀을 떠난다는 데에 거칠게 항의했다. 게다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지성, 이영표, 박주호까지도 비판에 나섰다.
홍 감독은 29일 회견에서 “여러 논란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축구인의 한 명으로 사과드린다. K리그를 저버린 것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다”면서 “울산HD 팬분들 그리고 K리그 팬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비판과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지난 5일 이임생 총괄이사가 찾아와 긴 얘기를 나눴다. 이임생 이사는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축구철학에 대해 물어봤고, 솔직하게 생각을 말했다. 나는 연령별 대표팀 감독과 전무이사를 거쳤다. 그때 전략 수립이 대표팀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배웠다. 현장에서 K리그의 중요성도 경험했다. 축구협회가 발전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한국축구의 미래에서 A대표팀이 선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개인적 욕심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게 내 내적 동기였다”고 수락 이유를 설명했다.
축구 담당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1994 USA월드컵축구대회를 취재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그때 만나 식사를 하며 오랜 시간 인터뷰를 했던 선수가 바로 홍명보다. 20대의 홍명보는 축구선수 같지 않은 학자풍의 느낌이었다. 이후 그를 다시 만나볼 기회는 없었지만 자기 주관이 뚜렷했고, 한국축구에서 큰 역할을 할 인물로 보였다. 특히 축구담당기자들의 평이 좋았다.
최근 아시아컵대회 4강 탈락과 2024 파리올림픽 출전 실패는 한국축구의 위기 상황을 말해준다. 나를 비롯한 축구팬은 화가 나 있지만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된 느낌이다.
이제부터는 지켜보는 시간이다. 홍명보에게 “어깨를 펴라”고 말해주고 싶다. 준비 잘해서 2026 북미월드컵에서 박수를 받으면서 무대 위를 내려오라고.
성백유 언론중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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