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 2020 도쿄, 2024 파리까지 올림픽 남자 단체전 3연패. 2024 파리 혼성 단체전 금메달까지. 올림픽 금메달만 4개를 따낸 현역 세계최고의 궁사로 꼽히는 김우진(32·청주시청)에겐 ‘아킬레스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올림픽 개인전에선 금메달은 고사하고 동메달조차 없다는 것. 올림픽 첫 출전이었던 2016 리우에선 32강에서 조기 탈락했고, 2020 도쿄에선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3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또 다시 기량을 갈고 닦은 김우진은 드디어 자신의 마지막 남은 약점을 지웠다.
김우진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브래디 엘리슨을 슛오프 접전 끝에 6-5(27-29 28-24 27-29 29-27 30-30 10-10)로 승리하며 ‘금빛 명중’에 성공했다.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금메달을 목에 건 김우진은 전날 여자 개인전을 우승한 임시현(21·한국체대)에 이어 두 번째로 2024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3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하계 올림픽 사상 첫 3관왕이기도 하다. 여기에 올림픽 개인 통산 금메달 5개를 쌓아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 등이 기존에 보유한 동·하계 올림픽 개인 최다 금메달(4개)을 넘어서며 신기록을 새로 썼다.
고비는 대표팀 생활을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이우석(27·코오롱엑스텐보이즈)과의 4강전이었다. 6년 전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개인전 결승에서 만났던 사이다. 그때는 김우진이 승리를 거두며 당시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이었던 이우석의 병역 특례에 의한 조기 전역을 막았다. 지난달 29일 열렸던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후 이우석은 “4강에서 (김)우진이형과 꼭 만나고 싶다. 단, 복수는 아니다. 그때의 패배가 내겐 자극이 됐다. 그 패배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승자는 김우진이었다. 김우진은 이우석의 매서운 기세 앞에 4세트까지 3-5로 밀렸으나 5세트를 29-27로 잡고 승부를 1발로 승패를 가리는 슛오프까지 끌고 갔다. 이번 올림픽 내내 “머리는 차갑게, 가슴을 뜨겝게”라는 말을 되풀이했던 김우진은 냉정했다. 슛오프에서 기어코 10점을 쏘며 9점에 그친 이우석을 제치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형만한 아우는 없었다.
결승전도 쉽지 않았다. 경기 초반 8점을 쏘는 등 평소 기량이 발휘되지 않아 3세트까지 2-4로 끌려가던 김우진은 4세트를 잡고 4-4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마지막 5세트로 끌고갔다. 승부가 갈리는 김우진과 엘리슨은 5세트에서 세 발 모두를 10점을 쏘면서 5-5 동점이 됐다. 6점을 먼저 따야 승리하는 개인전이기에 결국 승부는 슛오프에서 갈리게 됐다.
먼저 쏜 김우진의 화살은 10점 라인에 물렸다. 엘리슨이 쏜 확살 역시 10점과 9점 경계에 꽂혔다. 판독 결과 엘리슨도 10점으로 인정됐고, 이제 남은 것은 과녁 정중앙으로부터의 거리 재기. 판독 결과 김우진은 과녁 정중앙으로부터 55.8mm가 떨어진 것으로 판독됐고, 엘리슨은 60.7mm로 떨어졌다. 불과 4.9mm 차이로 김우진은 꿈에 그리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아울러 유일한 약점을 지워내며 한국 남자 양궁 선수 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칭호도 김우진이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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