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서 확산하는 ‘자체 핵무장론’과 관련
“그럴 필요 없게 韓 파트너들 안심시켜야”
주한미군 사령관 후보자가 미 의회 청문회에서 한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음을 확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확산하는 자체 핵무장 주장에 대해선 ‘그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게끔 한국 파트너들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통상 미 육군 대장이 임명되는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미연합군사령부 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한다.
미 연방의회 상원은 17일(현지시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 후보자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브런슨 후보자는 현재 별 셋 중장 계급으로, 서부 워싱턴주(州)에 본부를 둔 미 육군 제1군단 군단장을 맡고 있다. 그는 상원 인준을 받아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확정되면 별 하나를 더 달고 대장으로 진급하게 된다.
브런슨 후보자는 “지금 우리(주한미군)가 해야 할 일은 한국 파트너들에게 다가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설명하고, 더 고위급 차원의 논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파트너들에게 우리가 한국에 있으며,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음을 확신시키는 것이 바로 그 일의 시작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와 미국은 2023년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켰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기존의 확장억제 개념을 한층 더 강화해 미국의 핵무기 관련 정책 입안과 모의 훈련 등에 한국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 학계와 정계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독자 핵무장 주장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였다.
이를 의식한 듯 브런슨 후보자는 “우리(주한미군)가 해야 할 일은 한·미 NCG와 같은 기존 협의 기구를 더욱 신뢰하게 만들고, (한국 독자 핵무장 등에 대한)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한국) 파트너들을 안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 시도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도록 미국이 한국에 확고한 확장억제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거듭 되풀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브런슨 후보자는 “한국이 직면한 위협을 잘 알고 있으며 한반도에 배치된 모든 무력에 대한 지속적 준비 상태를 보장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가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임명돼 한국에 부임하면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미군을 제대로 훈련시키고 장비도 갖추도록 할 것이란 각오를 밝혔다.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를 외치기도 했다.
브런슨 후보자는 흔히 웨스트포인트로 불리는 미 육사 출신이 아니다. 버지니아주에 있는 햄프턴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함과 동시에 학군장교(ROTC) 과정을 이수하고 1990년 졸업과 함께 보병 장교로 임관했다. 이후 약 34년간 각급 부대에서 다양한 지휘관 및 참모 보직을 거쳤으며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참전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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