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여러 발 쏘는 도발을 감행했다. 이번 도발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핵탄두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공개한 지 닷새 만이다. 북한은 지난 12일에도 SRBM인 초대형 방사포(KN-25)를 발사했다. 당시 6연장 발사대를 이용해 여러 발을 발사하며 동시다발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오물풍선도 이달 들어 자주 날려 보내고 있다. 지난 7∼8월 수해복구 등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이 오물풍선에다 미사일까지 복합 도발에 나선 것은 심상치 않다.
늘 그랬듯 북한은 무력시위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몸값을 한껏 높이는 데 핵·미사일 도발만 한 것이 없다. 북한의 목표는 새로 들어설 미 행정부와의 핵 군축협상이다. 김정은이 지난달 초 새삼 ‘대화’라는 단어를 3년여 만에 처음 사용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오매불망하며 꿈꿔온 핵 보유국 지위를 얻으려면 미국과의 협상은 불가피하다. 수해로 흉흉해진 북한 내부 민심을 외부로 돌리고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것도 이번 도발의 의도일 것이다. 앞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7차 핵실험 등 도발의 강도가 계속 점증될 것임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미국은 일찌감치 북한의 10월 도발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 한·미 당국이 얼마 전 확장억제 고위급 회의에서 “미 대선 전후 북한의 중대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한 것만 봐도 그렇다.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으로 지명된 제이비어 브런슨 장군은 17일 미 상원의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이 직면한 위협을 잘 알고 있으며, 제 역할이 한반도 모든 군대의 지속적인 대비태세를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는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정교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마침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3000t급 잠수함 등 우리 군 전략자산의 컨트롤타워인 전략사령부가 내달 1일 공식 출범한다. 전략사는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한국형 3축체계’도 총괄 운용한다. 그야말로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맞서는 우리 군의 가장 강력한 전력이다. 미군 전략사령부와 공조해 북핵 관련 대응 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북한 도발에 대한 억제력이 한층 견고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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