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육 서비스도 중단
지자체 “국비 비중 70%… 재정 부담”
정부 “가족센터 사업 중복돼 삭감”
현장선 “아이들 서비스 배제” 우려
이주배경 청소년의 지역사회 적응을 맞춤형으로 돕는 ‘지역자원 연계사업’이 폐지 위기에 놓였다. 이주배경 청소년이 지속 증가해 20만명(전국 초·중·고교 기준)에 육박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관련 사업을 폐지·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여성가족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이주배경 청소년 지역자원 연계사업 경상보조금을 편성하지 않았다. 올해 예산에 편성돼 있던 7억9800만원(사업비 70%)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레인보우 스쿨’ 한국어교육 서비스도 중단하면서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예산은 올해 대비 총 15억3800만원 감액됐다.
이주배경 청소년 지역자원 연계사업은 지역자치단체가 지역의 가족센터, 외국인복지센터, 교육청 등 유관 기관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 특성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아 학교에 다니기 어려운 이주배경 청소년도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교육청이 해당 지역 한국어 교육기관을 대안학교로 지정하는 식이다.
지역자원 연계사업은 이주배경 청소년이 밀집한 경기 화성과 안산에서 2020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세 차례 연구용역을 통해 효과를 검증했고, 5개 지역(화성·시흥·김해·김포·전주)으로 확대 시행했다.
2022년 진행한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지역자원 연계사업 컨설팅 및 평가’ 연구용역 보고서는 화성시가 사각지대에 있던 이주배경 청소년 112명을 발굴해 150건 이상의 서비스를 지원한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사업 시행 연차가 오를수록 성과가 확대된다며 “지역 기관 연계가 안정화될 때까지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갑작스러운 보조금 폐지 소식에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갑자기 공지가 내려와서 대책을 고민 중인데,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국비 비중이 70%라서 사실상 중앙정부가 잡고 하던 사업이었다”며 “시 재정이 녹록지 않아서 너무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가부는 가족센터가 이주배경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어 사업이 중복된다는 입장이다. 지역자원 연계사업의 성과가 부진했냐는 질문에 여가부 관계자는 “아니다. 사업을 오래 한 지역은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지역자원 연계사업은 5개 지역에서만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있는 가족센터가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봤다”고 답했다. 레인보우 스쿨의 한국어교육 또한 가족센터가 대신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장을 모르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유진이 다문화아동청소년연구원장은 “가족센터는 가족을 대상으로 하던 사회복지사가 주 인력이고 다문화 쪽은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정도”라면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배경 청소년의 교육을 감당하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재우 글로벌청소년센터장도 “지역자원 연계사업은 이주배경 청소년을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사업이어서 가족센터와는 사업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정책 접근성이 악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흔성 K드림 외국인지원센터장은 “지역자원 연계사업의 장점은 대상자가 사는 동네에서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청소년은 이동의 자율권이 낮기 때문에 가족센터에 찾아갈 수 없는 아이들은 서비스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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