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故) 배우 이선균씨를 협박한 유흥업소 여성 실장에게 마약을 건네준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손승범)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 및 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43)에 대한 10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시 강남구 병원 등지에서 유흥업소 실장 B씨(30)에게 3차례에 걸쳐 필로폰과 케타민을 건넨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해당 병원은 A씨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그는 2021년 1월17일에도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지인과 대마초를 번갈아가며 피운 혐의도 같이 받는다. 같은해 6월에는 병원 인근에서 액상 대마 100만원어치를 지인을 통해 구매한 혐의도 있다.
B씨는 A씨에게 건네받은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아 구속기소 됐다. 그는 배우 이씨를 협박해 금품을 공갈한한 혐의도 있었다. B씨는 이씨가 사망하기 전 “모르는 해킹범이 우리 관계를 폭로하려 한다”며 “돈으로 막아야 할 거 같다”고 3억원을 뜯었다.
A씨의 재판은 변호인 측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지난 5월에 열린 재판 또한 공동 피고인이었던 B씨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된 바 있다. 다만 이번 재판은 구형 단계에서 다시 공개로 전환돼 취재진의 방청도 허용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와 연관된 혐의를 줄곧 부인했다. 이날 A씨 측 변호인은 “(유흥업소 실장) 관련 범행의 경우 경찰이 무리한 수사로 여론의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처벌을 경감받으려는 실장의 진술만을 근거로 무리하게 수사해 기소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장은 총 5차례 마약 범행에 대해 진술했지만, 검찰 역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이 중 2건은 기소하지 않았다”며 “다른 마약 공급처가 있는 게 확실한데도 A씨와 관련해서만 진술하고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은 미국 영주권이 있는데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일반 사병으로 복무했고 우수한 성적에도 외과 전공을 선택하는 등 사회 구성원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생활했다”며 선처를 구했다.
A씨는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어리석은 판단으로 마약을 접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됐다”며 “병원은 폐업했고 집도 잃어 부모님의 도움으로 살고 있으며 의사 면허도 취소될 예정이다”라고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43년을 살면서 쌓은 모든 명예를 상실하게 됐고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고 일흔이 넘은 부모님은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미래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외과 의사로서 삶을 살고 싶다”고 최후 진술했다.
A씨는 지난 7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지난해 12월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로 구속 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다만 거주지는 자택으로 제한됐으며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된 상태다.
검찰은 “의사인 피고인은 마약류 접근이 수월한 점을 이용해 개인 목적을 가지고 여성들에게 마약을 제공했다”며 ”법정에서 증인들이 피고인과 관련된 진술을 하고 있는데도 혐의를 부인하고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와 B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31일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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