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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코난 도일’ 꿈꾸는 표창원…“치밀한 논리만이 진실로 갈 수 있다” [인터뷰]

입력 : 2024-10-13 08:00:00 수정 : 2024-10-13 08: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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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추리소설 ‘카스트라토’…표창원 작가 인터뷰
눈 뜨면 온라인 서점 순위부터…다양한 범죄 다룰 계획
‘재선’ 얘기 나오자 “처음에는 고민… 하지만 미련 없었다”
프로파일러이자 인생 첫 추리소설 ‘카스트라토: 거세 당한 자’를 낸 표창원 작가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독립책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서출판 넥서스 ‘&앤드’ 제공

 

썼다가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글의 흔적이 컴퓨터 어딘가에 파일로 남았다. 추리물인 만큼 감성보다 치밀한 논리 구성과 반전을 심으려 애썼다. 집 한 채를 짓기 위해 도면부터 그리듯 등장인물 수십명의 관계도를 짰고, 기둥과 내장재로 안을 채우듯 다양한 서술과 묘사로 이야기를 그렸다.

 

인생 첫 추리소설 ‘카스트라토: 거세 당한 자’를 낸 표창원 작가를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독립책방에서 만났다. 대화가 전개되는 동안 경찰, 프로파일러, 경찰대 교수 그리고 잠깐의 국회의원 생활 등 걸어온 길을 되짚었다. ‘한국의 아서 코난 도일이 되고 싶다’는 말로 맺은 표 작가의 이야기를 전한다. 독자들과의 ‘북토크’와 그 후 별도 인터뷰를 종합했다.

 

◆눈 뜨면 ‘온라인 순위’부터 본다…추가된 일상

 

표 작가 일상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단다. 방송, 강연에 그가 대표로 있는 범죄과학연구소 일에 여념이 없다. 다만, 새로운 일과가 하나 생겼다. 신인 작가의 초조함과 불안감, 설렘인지 아침에 눈 뜨면 온라인 서점에서의 저서 순위를 본다.

 

호평도 좋지만 비판적인 독자 반응이 눈에 더 들어온다고 표 작가는 언급했다. 그는 “좋은 말씀도 감사하지만, ‘이야기가 늘어진다’ 등 정곡을 찌르는 반응도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소설 반응이 적잖은데, ‘다음에는 더 흥미진진하고 속도감 있는 글을 기대한다’거나 ‘너무 우연이 겹치는 것 같다’던 평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가족은 표 작가에게 첫 번째 독자이자 ‘평가단’이다. 책을 써온 10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출간을 따뜻하게 축하해줬다. 그러면서도 ‘유치하다’, ‘불필요한 이야기가 있다’ 등 날카로운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글쓰기가 힘들 때마다 자신감은 뚝 떨어졌다. ‘왜 이걸 해야 하나’라거나 ‘소설 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던 것처럼 없었던 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그때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표 작가는 “정말 이게 아닌 것 같고, 세상에 내놓을 자격이 없는 ‘졸작’인 것 같으면 마지막 순간에 내지 않으면 된다”며 “그런 생각을 하니 끝까지 가게 되더라”고 돌아봤다.

 

프로파일러이자 인생 첫 추리소설 ‘카스트라토: 거세 당한 자’를 낸 표창원 작가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독립책방에서 진행된 독자들과의 북토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도서출판 넥서스 ‘&앤드’ 제공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종문화회관

 

책의 큰 틀은 과거 경찰 생활과 맞물려 있다. 경기 부천경찰서 형사 시절 성폭력 범죄를 맡았을 때, 가해자 처벌 의사를 보였던 피해자 가족이 구속영장 신청을 앞두고 ‘처벌불원서’ 제출한 일을 떠올렸다. 양측이 합의하거나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 수사도 할 수 없던 시절이다. 자신 앞에서 의기양양한 웃음을 보인 가해자 모습에 그는 치를 떨었다.

 

불의와 악의 처단 의지는 ‘카스트라토’에서 발현됐다. 표 작가는 “내 안에서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생각을 세상으로 나오게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첫 페이지 쓰던 순간을 상기했다.

 

작품 첫 장면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한다. 이곳은 그에게 특별한 장소다.

 

“세종문화회관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경찰대 시절 10월21일 ‘경찰의 날’ 행사를 이곳에서 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의견을 표명했다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린 적도 있다. 그 이후 시청 앞 광장에서 거리 연설을 몇 번 했는데, 시위 집회를 관리하는 최고위급 경찰 간부로 경찰대 동기가 나왔다.”

 

표 작가의 소회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국회의원이었을 때 한쪽에는 옛 동료이자 후배들인 경찰이, 다른 한쪽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이 일촉즉발의 상태였다”며 “정체성 혼란을 많이 느꼈고, 돌 맞을 각오를 하고서 ‘우리끼리 무력충돌은 하지 말자’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과 정치인 등 시절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세종문화회관인 만큼 인생 첫 추리소설의 공간 배경이 되리라는 구상을 그는 일찌감치 마친듯했다.

 

◆다양한 범죄 다룰 계획도…“나만의 작품 보여주겠다”

 

독자가 추리물 읽을 때 구동하는 논리는 경찰 수사 과정과 닮은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를 머릿속에 그리며 범죄자 찾는 과정은 현장 단서를 종합하고 수사를 거쳐 가해자 찾는 것과 맥락이 비슷할 수 있다.

 

표 작가는 “치밀한 논리적 접근이 있어야 진실에 제대로 다가갈 수 있다”며 “수사의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 논리 구조를 작품에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추리소설 소재로는 대개 살인 등 강력범죄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사기나 마약범죄, 보이스피싱이나 최근 ‘딥페이크’ 등까지 다양한 범죄가 발생한다. 표 작가는 “앞으로 범죄자들이 오금을 저리도록 이야기를 써 보겠다”며 강력사건 외의 범죄 유형도 다룰 계획이라고 했다.

 

‘집필이 자아의 실현이냐’고 묻자, 표 작가는 ‘사람마다 욕구가 다양하다’는 취지의 말로 입을 뗐다.

 

“사람은 누구나 욕구가 있다. 권력욕이 강한 사람이 있고 재물욕이 강한 사림이 있다. 난 재물욕은 많지 않다. 돈 관리도 잘 못하고(웃음). 재선에도 관심 없다. 높이 올라가는 게 탐탁지 않다. 그런데 ‘자아실현 욕구’는 강하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거나 무슨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 말이다. 처음부터 내 손으로 만든 소설, 작품을 보여주고 팠다.”

 

프로파일러이자 인생 첫 추리소설 ‘카스트라토: 거세 당한 자’를 낸 표창원 작가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독립책방에서 진행된 북토크 후,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도서출판 넥서스 ‘&앤드’ 제공

 

◆‘재선’ 고민은 잠깐뿐…“미련도 욕심도 없었다”

 

표 작가 입에서 ‘재선’ 이야기가 나오니 “정말 고민하지 않았나”라며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경기 용인시정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와 당선된 그는 4년간 의정생활을 했다.

 

표 작가는 “처음에는 재선을 고민했다”며 “하고 싶다는 것보다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지지와 신뢰를 보내준 사람들 특히 지역구민에게 계속 봉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곧 그 생각을 머리에서 지웠다. 표 작가는 “재선으로 힘을 더 갖고 인정받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련이 없었다”며 “욕심도 없었다”고 잘라 답했다.

 

형사, 프로파일러, 잠깐의 정치인 그리고 소설가까지 어느 것이 가장 자기와 닮아있는지 질문했다.

 

표 작가는 “모두가 내게 있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국회의원마저도 입법과 나라의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역할을 갖고 있다”며 “그게 내 모습이 아니라고는 확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대 교수 생활을 두고서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며 “앞으로도 영원히 갖고 있을 정체성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소설가는 어떨까. 그는 “새롭게 도전하는 나의 모습”이라며 “지금 당장 고르라면 작가가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애착이 가며, 가장 성공하고 싶다”고 답했다.

 

◆‘반칙은 싫다’는 표창원…“한국의 아서 코난 도일로”

 

경찰 생활과 교수 그리고 범죄과학연구소장 등으로 있으면서 알게 모르게 ‘나만의 기록’을 갖고 있을 터다. 창작에서 모방은 경계해야 하지만, 일종의 기록을 뼈대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반칙은 싫다’며 일부러 수사 기록을 멀리했다고 부각했다.

 

“사건 기록은 있지만 소설 쓸 때는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 그건 반칙이라고 생각했다. 공적 역할을 하며 습득한 것을 컨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렇게 하는 순간 이게 소설인지 르포인지 구분이 어렵다. 교육 과정에서는 활용하지만, 소설을 쓸 때는 전혀 참고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이미지나 인상, 느낌 등을 끌어올 때는 과거에 내가 겪은 경험을 떠올리곤 한다. 특히 좀 더 생생하게 소설 속 인물을 묘사할 때 그렇다.”

 

바쁜 일상에서도 누구나 꿈은 있다. 최소한 인생의 방향키는 될 수 있다. 그에게 소설가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물었다. 그는 “(소설의 주인공인) 이맥을 셜록홈즈처럼 키우고 싶다”며 “(나 역시) 한국의 코난 도일이 되고 싶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웃었다.

 

‘카스트라토’는 연말 분위기에 들뜬 도심 한복판에서 절단된 남성 신체 일부가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매주 금요일 밤 벌어지는 흉측한 사건에 언론이 ‘카스트라토 사건’으로 이름을 붙이고 연일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사이, 강력팀장이자 프로파일러인 이맥이 사건 해결에 투입돼 맞닥뜨리는 일들을 다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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