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살해한 40대 친딸 “아들을 보고 살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 요구

검찰, 징역 30년 구형

사진=뉴시스

남동생과 자신을 차별한다는 이유로 친모를 둔기로 살해한 40대 여성에게 검찰이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폐륜을 저지른 친딸은 뒤늦은 후회를 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동식)는 15일 오전 존속 살해 혐의를 받는 정 모 씨(48)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정 씨는 지난 7월 20일 오후 11시 33분쯤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80대 친모가 자신을 타박한다는 이유로 화상을 입게 한 뒤 둔기로 수차례 그를 내리쳐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정 씨는 피해자인 친모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동생과 차별한다는 이유로 불만을 가져왔다. 그러던 중 배우자와 사별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자신의 친모 집에 살면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 씨 측은 계획적 살인이 아니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정 씨 측 변호인은 "엄벌 필요한 범죄라는 사실에 대해선 이의 없지만 우발적으로 저지른 이후 직접 112에 신고하고, 자백한 사실이 있다"며 "정 씨가 친모를 마지막까지 돌보고 용변을 치우는 등 부양해 왔던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정 씨는 울먹이며 "제정신이 아니었다. 감정이 올라온 상태였고 엄마를 죽이려고 한 건 아니었다. 아들을 보고 살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정 씨는 지난 7월 20일 오후 11시 50분쯤 서울 중랑구의 주거지에서 술을 마신 뒤 라면을 끓이며 홍씨에게 '라면을 먹겠냐'라고 물었지만 홍씨는 '술 그만 마시고 잠이나 자라'는 취지로 타박하자 안방에 누워있던 홍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정씨는 순간 '엄마가 친모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나머지가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씨가 쓰러지자 정씨는 거실로 나가 112에 범행을 신고했고 뒤이어 출동한 경찰은 정씨를 긴급 체포했다. 의식을 잃은 홍씨는 119 구급대를 통해 동대문구 소재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동준 기자 [e-mail]